
우리는 세종대왕이 말씀하실 정도로 감정발산에 천재적인 정(情)의 민족이다. 이런 기질은 쏠림 의식을 만들었고 많은 문제를 양산해 왔다. 우리나라 사람의 기질을 말할 때 장례식장 문화가 있다. 우리는 통곡을 한다. 죽음이 갈라놓은 황망한 슬픔 앞에서 ‘아이고’ 하며 목 놓아 운다. 일본의 장례식장은 정적이 흐르고 조용하다. 우리처럼 애도의 심정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덕목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는 것은 폐를 끼치는 것이라며 감정의 직면을 피한다. 우리가 감정을 직면하고 발산을 잘하기에 한류를 떨쳤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소통과 표현의 끼가 풍부하기에 음악으로 큰 울림을 준 것이다. 그들은 내색하기 힘든 가족 간의 애절한 표현이 한류 드라마에서 극적으로 나오니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우리 국민은 감정이 꽉 차면 잘 끓는다. 월드컵 당시 거리마다 빨강 물결로 뒤덮일 때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인도 경탄했다. 촛불 집회에 수십만이 거리를 메웠을 때도 해외 토픽 뉴스가 되었다. 이렇게 뜨겁게 달아오르는 국민은 드물고 동양에서는 더욱 없다. 맛집은 꼭 가보고 있고 유행에 ‘얼리 어뎁터’인 국민이다. 이러니, 세계적인 영화와 새 상품의 출시를 극동의 조그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하는 희한한 현상을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열기는 금방 식고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냄비근성’ 이라는 냉소적인 말이 생겼다. 하긴 수 백년 전 세종대왕님조차 우리 백성은 너무 빨리 끓어 오르고 빨리 식는다고 했으니 우리의 바뀌지 않는 기질일 수도 있겠다.
냄비근성이 쏠림 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문헌이 있는데 적절한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이다. 인구 5000만의 나라 수도 서울에 천만이 넘은 이가 쏠려 있다. 서울에 쏠려 있는 기능은 말할 것도 없다. 지방 분권은 요원하다. 한국은 인재가 서울대로 쏠리는 나라가 아닌가. 이번 정부 내각 인선에서 19명 장관 중에 서울대가 10명이었다. 국민의 교육열이 높아서 ‘인 서울’로 목표하니 지방대 출신은 서럽다. 2023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공계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바라는 의사 사회는 또 어떤가? 소아과, 흉부외과보다 피부과, 성형외과로 지원자의 편중율은 더 높아졌다. 의대 졸업자가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기에 의대 정원을 늘려서 해결할 것이 아니다. 반도체 전공자에 혜택을 주듯이, 기피하는 과를 전공해도 자괴감이 들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현실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지방을 살리기 위해 공무원 채용을 지역 대학 출신 의무채용 정책으로 보완했던 노력이 결실을 보인 것처럼 말이다.
한국인의 이러한 쏠림 의식은 우리 내면에 깊이 박혀 있다. 아마 박해와 역경의 역사에서 당해 온 민초에 깃들게 된 살아남기 위한 집단무의식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유행과 주도세력에 소외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금메달만을 인정하고 1등이 독식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일 수 있다. 이러한 냄비근성과 우리의 쏠림 현상은 분명 경계해야 할 것이며, 중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힘과 에너지이기도 한 것임을 말하고 싶다. 인터넷 강국이 되고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나라와 국민이 된 것은 바로 이 에너지로 속도 경영을 잘한 덕분이다. 유입된 새로운 정보는 곧 더 최신의 것으로 대체되는 바람의 나라 한국이다.
최근 챗봇이 최고의 화제이다. 미래에는 AI를 잘 이용하는 나라가 선진국일 것이다. 우리의 쏠림 의식을 보완하며 디지털 강국에 필요한 그 첫째는 혁신이다. 65%의 직업이 없어질 미래에는 지속적인 개혁만이 살길이다. AI에게 훌륭한 질문을 하며 기계가 하지 못하는 혁신을 하는 국민이 세계를 선도할 것이다. 두 번째는 피드백이다. 시행착오를 자기반성과 개혁으로 이어가는 기업과 나라가 성공한다. 댓글과 후기에 강한 우리는 빠르고 적절한 피드백으로 이를 잘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진정성이다. 정보 기계인 AI가 유일하게 없는 것이 진심이고 정(情)이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진정성은 정의 발산으로 한류를 이뤄 낸 우리가 가장 잘 한다. 신명난 대한민국의 중심에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을 25년째 1위를 하고 있는 도시, 신바람의 울산이 계속 있을 것이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