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옹기축제를 시작으로 35년 만에 부활한 공업축제에 이어 태화강마두희축제까지 코로나 사태로 주춤했던 지역 축제가 5~6월 두 달 동안 울산 시민에게 즐거움을 안겨 줬다. 축제에는 명과 암이 확연히 있다. 즐거움이 있었던 만큼 불만이 터져 나온 순간도 있었다. 바로 의전이다.
규모 있는 행사의 대다수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최·주관하는 행사다. 그러다 보니 행사 관계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소위 의전이다. 솔직히 내빈 중심의 지나친 의전으로 위화감이 들 정도다. 정작 주인공이 될 시민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행정안전부가 2021년 개정 발간한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비효율적인 행사 개선을 위해 지역 행사에선 참석 인사의 소개, 인사말(기념사·환영사·축사·격려사) 등 참여 인원과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07년 울산에서는 김두겸 울산시장이 남구청장 시절 제13회 울산고래축제부터 참여자 중심의 행사 진행을 위한 의전 예우 간소화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의전 간소화 계획이 나오고 각급 기관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인 결과 행사 간소화가 차츰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대면 축제가 열린 지역 축제장에서는 이런 말이 무색할 정도다. 대한민국 대표축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한 축제 개막식에서는 최근 축제 개막식에서는 드물게 국민의례가 프로그램에 포함됐었고, 또 다른 축제에서는 내빈 소개가 1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축제 주최 측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의전을 놓고 관련 기관이나 단체 간 갈등이 불거지는가 하면 좌석 배치, 참석자 소개, 인사말 순서 등을 결정하느라 정작 콘텐츠 고민은 뒷전으로 밀리기도 한다.
선출직 지도자이기에 축제·지역 행사에 얼굴을 내비쳐 자신을 알려야 한다. 이제는 어떤 방식을 택할지 고민해야 한다. 최소한 좌석 배치만이라도 변해야 한다. 행사장이나 축제장 등은 선출직 지도자 시장, 시의장 등을 위해 개최하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의전 역시 축제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선출직 지도자, 즉 정치인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축제나 행사의 목적이 지역 주민을 위해 열린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답은 바로 나온다.
맨 앞 좌석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좌석으로 남겨두고, 선출직 지도자를 비롯한 내빈들은 오는 순서대로 주민들과 함께 동등한 자리에 앉아야 한다. 의전 예우 간소화가 제대로 이뤄지면 인사말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할 수 있어 단상에 오를 때 소요되는 시간 등이 필요치 않다.
이제부터라도 각종 행사 진행에 겉치레 의전을 없애든가, 획기적으로 줄이자. 1초 전이 옛날인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상 변한 것도 모르고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대우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그동안 인위적으로 짜놓은 관례적 프레임에 빠져 있던 것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울산에서 시작하자. 축제의 본질은 모든 사람이 모여 함께 즐겁게 즐기는 것이다. 의전은 본질이 아니라 허례허식(虛禮虛飾) 그 자체다.
전상헌 문화부장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