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부·울·경 금융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대구은행이 지방은행 1위 부산은행을 제치고 먼저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대구은행이 향후 부·울·경 지역에 은행 점포를 늘리고 낮아진 조달 금리를 앞세워 영업력을 강화할 경우 지역은행과의 치열한 시장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부·울·경 지역 터줏대감 격인 부산·경남은행의 시장 사수 전략이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기존 금융회사의 시중은행 전환 허용과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 신규 인가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는 판단 아래 은행업계에 신규 플레이어를 들여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첫 수혜자는 DGB대구은행이 될 전망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밝힌 상태여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시중은행 전환이 확실시된다. 대구은행(1분기 기준)의 자본금은 6806억원으로 시중은행 인가 기준(1000억원 이상)을 충족하고, DGB금융지주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지분 8.78%), OK저축은행(지분 8.0%)으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 자본)의 일반은행 지분 보유 한도(4% 제한) 규정을 충족한 상태다. 반면 지방은행 1위 부산은행과 3위 경남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거의 불가능하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최대주주 ‘부산롯데호텔 외 특수관계인’ 지분이 3월 말 11.14%로 지배주주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 두 은행은 평화은행 이후 30여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의 출현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역할을 해나가면서 창립 이래 56년간 축적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과 강원, 충청 등 보다 넓은 지역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부·울·경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지만, 사실상 지방은행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대구은행이 5~6배 가량 체급 차이가 나는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전국구 은행으로서 몸집을 불릴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지역 안에서 안주해 온 지방은행들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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