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인 인문학은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등 우리 일상에 도움이 되는 학문인데, 대중성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다. 특히 역사인문학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어렵다, 지루하다며 외면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중국의 가장 빛나는 황금기를 이끌었던 당태종의 이야기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당태종의 이야기는 열린 정치와 소통하는 리더십의 고전 <정관정요>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정관정요>는 당태종 23년 치세 동안의 정치 토론의 기록이다. 모든 권력을 쥔 제왕이 신하들과 격의 없이 나눈 정치에 관한 대화에는 당태종이 어떤 리더였는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당태종은 현명한 신하들이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진다고 믿고 실천한 인물로, ‘현무문의 변’ 당시 이건성의 충복이었던 위징을 재상으로 등용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또한 <정관정요>에는 위징뿐 아니라 당태종이 신임하고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눈 신하의 이야기가 여럿 등장한다. 이러한 태종이 위징의 죽음을 애통하게 여기며 했던 이야기로 동경(銅鏡), 사경(史鏡), 인경(人鏡) 등이 유명하다. 삼경(三鏡)으로 구분되는 이 세가지 거울은 각기 특성이 있다. 동경(銅鏡)은 구리로 만든 거울로, 의관을 정제해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 사경(史鏡)은 역사라는 거울로, 역대 왕조들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인경(人鏡)은 사람이라는 거울로, 자신의 행동의 옳고 그름을 확연히 드러나게 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21세기, 4차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 혹은 리더십은 무엇일까. 조선을 창업한 태조와 후세에 가장 사랑받는 왕 세종을 통해 시대적 배경과 그들의 리더십을 되새겨 보자.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왕이 되었을 때의 나이는 59세이다. 그 시대의 고려는 구세력이 물러가고 신진 세력이 정치를 시작했지만 공민왕 뒤를 이을 리더가 보이지 않았다. 또 나라 밖 사정은 원나라와 명나라의 세력이 교체되던 기간으로 절대 강자가 없는 한마디로 난세였다. 이 때 이성계는 어느쪽에 설 것인가, 어떻게 난국을 헤쳐나갈 것인가, 고민이 컸다. 그러던 중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창업하게 된다.
이성계는 동북면 지방의 촌놈으로 고려의 수도인 개경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원·명 교체기의 혼란한 틈을 타 세력이 커진 여진족, 왜구 등을 차례로 물리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또한 이성계는 변방에서 골칫거리였던 여진족의 전설적인 영웅 이지란을 자기의 평생 동지로 삼았을 정도로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했다. 그는 고려 조정에 밉보여 10년간 야인으로 떠돌던 정도전을 책사로 맞이하면서 그 위세는 절정에 이른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세종대왕은 어떤 왕인가. 세종은 태종의 셋째 아들로 갑자기 세자로 책봉되고 바로 왕이 되었다. 왕이 되자마자 조선은 거의 10년간 흉년으로 굶주린 백성들이 늘어갔다. 이 때 세종은 신분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하나씩 수정 보완했다. 가장 빛났던 세종대왕의 업적은 인재를 알아보고 그 재능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었다. 행정의 달인 황희, 군방의 달인 최윤덕, 외교의 달인 이예, 과학의 달인 장영실, 건축의 달인 박자청, 음악의 달인 박연 등 신분·가문에 상관없이 오로지 개인의 능력만을 보고 일을 맡겼다.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좋은리더 나쁜리더’ 설문지 조사에 따르면 좋은리더 1위는 팀원 모두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는 리더로 조사됐다. 나쁜리더 1위는 말을 바꾸는 리더였다. 예나 지금이나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은 인재를 알아보고 그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 역사 속 리더들의 다양한 경험들을 나의 재능과 융합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으로 승화시켜보자.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형교육협회회장 HR맞춤형교육컨설팅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