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학기에 졸업 예정이던 석사 학생들에게는 ChatGPT와 파이썬으로 논문을 쓰고 자료분석을 하도록 시켰다. 석사 학생들은 처음에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제학 분야에서 늘 사용해왔던 Stata라는 통계 프로그램을 계속 사용하고 싶어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이 있는데,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을 들여 새로운 방식을 배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지도 교수가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했을 거다. 학생들이 싫어하면, 지도 교수도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ChatGPT와 파이썬 활용은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석사 학생들도 어느 정도 ChatGPT를 사용해서 파이썬으로 코딩을 하고, API로 자료를 수집하고, 합쳐서 빅데이터로 만들고, 분석하는 과정에 익숙해지자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모습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석사 학생들이 직장에서 틈을 내서 ChatGPT로 파이썬 코딩을 하고, 자료분석을 하는 모습을 보며 직장 동료들이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고, 자기도 대학원 가면 배울 수 있냐고. 덧붙이자면, 석사논문을 쓰는 학생들에게 주변에서 자기도 그거 배울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울산대 경제학과 대학원에 오면 ChatGPT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통계학을 배울 수 있다. 통계학을 하나도 몰라도 괜찮다. 대학생들에게도 나는 ChatGPT가 나오고 난 이후로 통계학을 기초적인 개념부터 차근차근 천천히 여러 번 반복해서 강의하고 있다. 학생들은 ChatGPT와 관련된 있는 통계적 기초 방법론인 선형분석을 가르치자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며 통계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명확했다. 지금까지 통계를 배워서 어디에다 쓰는지 직접 접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은 통계가 실제로 어디에 쓰이는지 직접 체험하자 달라졌다. ChatGPT의 원리가 통계학에 상당부분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자 받아들였고, 금융시장의 분석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자 기초적 분석을 따라하며 실습했다. ChatGPT의 가장 큰 장점이 인공지능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의견에 나는 공감한다.
기말고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두 개의 과목에서 ChatGPT와 관련된 기초적 선형분석을 강의했는데, 이공계열 학생들이 많이 듣고 질문을 했던 교양과목보다 경제학과 학생들이 주로 듣는 전공과목의 성적이 더 좋았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과 같이 한 종강파티에서였다. 한 학생은 내 교양과목과 전공과목을 동시에 들었다. 원래는 전혀 다른 내용을 가르칠 예정이었지만 ChatGPT가 공개되었고, 두 과목 모두 통계학을 가르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렇게 그 학생은 통계강의를 두 번 반복해서 듣게 되었다. 종강파티에서 통계학을 가르치는 속도에 대해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더 천천히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러자 두 번 들었던 학생이 말해주었다. 기말고사 전날 새벽 한 시부터 여섯 시간 동안 다른 학생들에게 자기가 강의하니 다 가르칠 수 있었다고. 좀 더 많은 내용을 강의하셔도 될 것 같다고. 물론 한 번 들었던 학생들은 더 천천히 가르쳐 달라고 했다.
경제학과 학생들의 기말고사 성적이 더 좋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기말고사 채점도 다 끝내두었기에 누구에게 새벽에 강의했는지 물어보고, 다시 답안지를 확인해보자 답안을 잘 쓴 학생들과 이름이 겹쳤다. 통계학을 강의할 계획이 없었기에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냈었다. 참고할 문제도 연습문제도 주지 않았다. 이해하지 못하고 외워서 답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게 문제를 냈었다. 그러자 몇몇 학생들은 외우지 않고 이해를 위해 공부했다.
통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도 ChatGPT를 활용한 파이썬 코딩을 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학생들은 조별 과제로 엔비디아의 주가분석 프로그램을, 데이터 시뮬레이션에 기초한 주식게임을, 파이썬 프로그램으로 만든 계산기와 간단한 게임을, 한국어와 중국어가 동시에 나와있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이중언어 그림동화책을 그리고 이중언어 단어게임을 만들어 왔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학기가 시작할 때 코딩을 거의 몰랐던 학생들이었다. ChatGPT는 학생들이 코딩을 어떻게든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한 변화는 앞으로 점점 더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ChatGPT 강의를 하러 가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어머니들은 공통적으로 묻는다. AI의 시대에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느냐고. 나는 통계학이라고 대답한다. 방학때 학생들에게 인공지능과 관련된 선형 분석을 복습시켜주고, 비선형 분석도 강의하겠다고 하자 학점도 주지 않는 비교과 과정을 열 일곱 명의 학생이 신청했다. 학점도 주지 않는 과정을 학생들이 신청하는 일은 거의 없다. ChatGPT는 그만큼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ChatGPT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리고 아마도 대체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통계를 공부하라고 권한다. 코딩은 ChatGPT가 상당부분 대신 해 준다. 앞으로 더 많이 해줄 것이다. 통계가 어려우면 두 번 공부하면 된다. 참고로 나는 통계 관련 과목을 열 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