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픈 바람에서 비롯한 표현 가운데, ‘별이라도 따 주겠다’는 말이 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마치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처럼 거두어 상대방에게 주겠다는 이 말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아름다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어온 별이 갖는 영원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낭만적으로 사용한 예이다.
동서양의 차이일까.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소유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데 생각이 미친 사람들이 있다. 캐나다의 이보어 다우니는 1979년 인터내셔널 스타 레지스트리(International Star Registry)라는 상업 회사를 설립해 소정의 수수료를 내면 우주 어느 한 별에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기상천외한 사업은 이듬해 미국의 사업가 필리스 모즐에게 팔려 놀랍게도 아직까지 성업 중이며, 스타 네임 레지스트리(Star Name Registry), 유니버설 스타 카운슬(Universal Star Council) 등 사업 모델을 벤치 마킹하고 이름도 비슷한 다른 기업들과 시장을 다투고 있다. 심지어 이 가운데 한 회사는 2000년 초반 한국에 지점을 내고 영리 사업을 벌이기까지 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과 발렌타인 데이가 되면 매출이 급등한다는 이 회사들의 사업은 법에 근거한 걸까. 간단히 답하자면 아니다. 소유권의 원시취득 여부까지 갈 것도 없이, 별이나 다른 천체에 이름을 붙일 권리, 즉 명명권(命名權)은 어느 한 개인이나 기업, 국가에 귀속될 수 없으며, 현재 지구상에서 천체에 대한 명명권을 가진 유일한 주체는 국제천문연맹(IAU)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돈을 내고 구입한 별의 이름은 그저 요금을 지불받은 회사의 명부에 기록되어 있을 뿐으로, 해당 명부는 아무런 권리 관계도 공시할 수 없다.
애초에 별을 사고 팔 수 있다는 발상의 전제 자체가 허무맹랑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나, 우주공간의 점유와 이용은 인류에게 있어 관련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생각보다 오래 전에 현실의 영역으로 내려왔고 그에 따른 규율 역시 꾸준히 진지하게 다루어져 왔다. 관련한 최초의 국제 조약인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은 1967년에 제정되었는데, 그 이유가 임박한 미국의 달 탐사가 성공할 경우 초래될 법적 불리를 염려한 소련과 다른 관련국들의 주도 때문이었다. 2015년 미국 의회가 우주자원법(Space Resource Exploration and Utilization Act)을 제정한 이유도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기업들이 우주 탐사·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을 시장에 선보임에 따라 해당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겪는 소유권과 관련한 불확정성을 없애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 법에 따라 천체·행성의 천연자원에 대해서는 해당 자원을 획득한 미 국민의 소유권이 인정된다. 배경지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미국의 우주자원법이 우주조약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우주공간의 국가 전용(national appropriation) 금지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는 국제 조약과 국내법 간 우선순위, 조약의 자기집행성(self-executing)등과 관련된 많은 국제법상의 논증을 요하므로 이번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예전에는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재산적 가치를 부여받고 거래되는 현실을 점점 더 자주 경험하게 된다. 특허, 저작권과 같은 지적재산권에서부터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과 같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하늘 너머에 있는 공간을 거래와 사업의 대상으로 해석할 때 할 수 있는 일들도 단순히 별에 이름을 붙이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성을 탐사하고 개발해 수익을 거두는 사업으로까지 확장되는 현실이 뜻밖에 임박했는지도 모른다.
한국형발사체를 이제 막 태양동기궤도에 올려놓기 시작한 우리나라이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처럼 우주항공산업이 한국의 주도산업 가운데 하나가 되는 현실을 상상해본다. 그 때쯤이면 국회에서도 우리 국민의 우주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입법으로 분주하지 않을까. 문학과 예술에서만이 아니라 경영과 법에 있어서도 상상력이 유용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맞이할 세상이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별을 누리는 삶을 살기에 넉넉할 만큼 평화롭고 풍요롭길 바라고 기대한다.
이준희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