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개운포성 사적 지정의 중요성
상태바
[경상시론]개운포성 사적 지정의 중요성
  • 경상일보
  • 승인 2023.07.1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공학박사

지난 5월 말 울산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울산개운포 좌수영성’을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적’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학술 심포지엄이 있었다고 들었다. 원래 이 성은 1997년 10월9일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6호 ‘개운포성지’로 지정되었고, 2015년경 울산시 문화재위원회의 명칭 변경 제안에 따라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문화재 명칭은 해당 문화재의 본질적 가치를 알 수 있는 핵심적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취지에서 명칭 변경이 이루어졌다.

개운포성은 역사가 깊다. 태종살록을 보면 7년(1407)에 “장생포에 개운포의 병선을 옮겨 정박시켜 방어하라”고 했고, 1411년 실록에는 ‘개운포 만호’의 직첩을 거두었다는 내용이 있다. 개운포 만호진이 처음 폐지된 것은 1457년이었지만, 폐지 이듬해에 다시 설치되었고, 재설치 이듬해인 1459년에는 경상좌수영이 부산포에서 개운포로 옮겨 왔다. 그런데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개운포성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면, ‘종합안내판’ 항목에서는 이곳에 수영이 있었던 시기를 1459년(세조5)부터 1544년(중종39)까지라 하고, ‘문화재설명’ 항목에서는 1459년부터 1592년(선조25)이라고 나와 있다. 필자는 2015년 경상좌수영성이 개운포에 설치돼 있었던 기간은 1534년까지라는 연구 결과를 울산시 남구에 제출한 적이 있다. 이처럼 개운포성에 수영이 있었던 시기조차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내려져 있지 않다.

그동안 울산광역시 남구와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개운포성을 사적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학술세미나 등을 여러 차례 열었다. 지난 2020년 학술행사에는 필자도 참여했지만, 사적 지정이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도 앞서 지적한 것처럼 수영성이 설치된 기간조차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관련 연구가 부족하다. 연구가 부족한 이유는 개운포에 설치되었던 수영이 있던 시기가 임진왜란 이전이기 때문으로, 관련 역사 기록도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수영성 관련 시설도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가장 빠른 접근 방법은 개운포성에 대한 매장문화재부터 조사, 연구하는 일이다. 개운포성에 대한 발굴조사는 2002년경부터 울산연구원 문화재센터 등이 몇 차례 시행했다. 그러나 이들 조사는 대부분 잔존 성벽과, 성문지, 해자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아직 성곽 내부 주요시설에 대한 조사는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개운포에는 좌수영이 부산포로 이전해 간 이후 일정 기간 개운포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임진왜란으로 유명무실해졌고, 왜란 이후에는 개운진 자체가 명칭은 유지하면서 부산 동구 좌천지역으로 옮겨졌다. 이후 성터에는 1656년(효종7)경에 울산도호부의 전선소가 설치되어서 조선 말기까지 유지되었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성곽은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성내에 있던 수많은 건축물도 철거되거나 허물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개운포성의 이런 변화를 고려하면 성벽과 같은 시설물은 조선 전기 울산지역 관방시설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있었던 몇 차례의 발굴조사 결과도 이런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즉, 개운포성은 조선 전기의 성곽 중 그 위계가 가장 높은 것 중에 하나인 수영성으로, 화석처럼 당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 축성사 연구를 위한 아주 중요한 유적이라는 의미다. 울산시 중구에 있는 경상좌도 병영성은 1417년 축성 이후 1895년에 그 역할을 다할 때까지 끊임없이 보수와 정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초축 성곽의 구체적인 모습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는 것과는 분명하게 대비된다.

또 하나는 전선소 유적의 존재다. 필자의 연구 결과 전선소 유구 위치는 개운포성 남쪽 성벽과 바다 사이로 지형상 훼손이 크지 않았다. 따라서 이곳은 조선 전기의 개운포 수영성과 조선 후기의 전선소 유구가 모두 잘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유적의 특성을 고려해서 종합적인 매장문화재 학술조사를 제안한다. 개운포성과 전선소에 대한 제대로 된 매장문화재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이 성곽의 ‘사적’ 지정은 당연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개운포성에 대한 보존과 향후 활용방안도 대단히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송전탑과 쓰레기 소각장 등 문화재 경관을 훼손하고 가치를 떨어뜨리는 시설물에 대한 정비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운포성의 사적 승격과 함께 울산역사의 큰 상징 공간인 ‘개운포’를 찾아가는 큰 비전이 필요하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공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축제 줄잇는 울산…가정의 달 5월 가족단위 체험행사 다채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