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오래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나를 동참시키려고 했다. 친구는 그 일에 관해서 제법 긴 시간 동안 진지하게 말했다. 이야기를 마친 친구가 나에게 동참을 권유했다. 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의 분명한 거절에 친구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내 친구는 나에게 “내 설명을 듣지 않았나, 그런데 왜 거절하지? 잘 이해가 되지 않네”라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너는 나를 설득시키려고 오지 않았나? 그런데 왜 나에게 강의를 하지? 너는 내 마음을 한 번이라도 헤아려봤나? 상대의 마음은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그저 자기 생각에만 충실하니, 어떻게 내가 너에게 설득당할 수 있겠는가.”
소진(蘇秦)은 전국시대 사람으로 ‘합종연횡(合從連橫)’ 중 ‘합종’으로 유명하다. <사기 열전> ‘소진(蘇秦)’을 보면, 소진은 여러 해 동안 제후들에게 유세하러 다녔지만 많은 어려움만 겪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 가족들이 모두 그를 비웃었다. 소진은 부끄럽고 슬퍼하면서 그길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방에 틀어박혀 기존에 읽었던 책들 대신 <음부(陰符)>라는 책을 찾아내어 읽었다. 일 년쯤 지나 설득하고 유세할 상대방의 심리를 알아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소진은 마침내 서로 이해가 다른 한·위·조·제·초·연의 6국의 군주를 설득하여 반진(反秦) 연대를 결성하고는 6국의 재상으로서 반진 연대를 이끌었다. 소진이 6국의 군주를 설득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이야기하는 설득술이 자리하고 있다.
세상에는 언제나 설득하려는 사람이 있고 그 대상이 있다. 그런데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하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기 생각만을 늘어놓는다. 설득에는 반드시 그 대상이 있고 대상은 반드시 자기만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상대의 마음을 얻고자 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애당초 그 설득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한 사람을 얻으려면 한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나라를 얻으려면 나라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그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