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휴일이 낀 나흘 동안 전국이 정체불명의 국제 우편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졌다. 이번 혼란은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관계자 3명이 소포를 열어본 뒤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면서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시작됐다. 안 그래도 민심이 흉흉한 세상에 출처불명의 국제우편물이 울산을 비롯한 전국에 속속 도착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번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도록 수사·소방 등 모든 관계기관을 동원해 주기를 바란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만 등지에서 수상한 소포가 배송됐다는 112신고는 23일 오전 5시까지 전국에서 총 1904건에 달한다. 경찰은 이 가운데 587건을 수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 1317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604건, 서울 47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북 89건, 인천 85건, 전북 80건, 충북·대전·대구 각각 66건, 부산 64건, 전남 54건, 광주 49건, 울산 48건, 경남 33건, 제주 9건 등이다. 21일에는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에서 유사한 소포가 발견돼 건물 안에 있던 1700여명이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정체불명의 소포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킨다. 특히 최초의 소포 개봉자가 가스를 흡입한 경우에는 그 공포심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다음 소포가 폭발물인지, 유독가스인지, 인체에 치명적인 세균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국방과학연구소 정밀 검사에서 별다른 유해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쉬 가라앉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당국은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 가능성 등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편물 포장지 안은 비어 있거나, 립밤 등이 담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당국은 온라인 쇼핑몰의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브러싱 스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군·경·소방 등은 폭발물 처리반까지 동원해 삼엄한 경비 속에 내용물을 확인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만에 하나 수천개의 소포 중에서 하나라도 유해물질이 들어 있을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시가 21일 시민들에게 ‘발신인이 불분명한 우편물 발견시 개봉하지 마시고 경찰, 소방에게 신고해달라’고 보낸 메시지는 매우 적절했다.
지금은 테러를 비롯한 수많은 범죄가 저질러지는 세상이다. ‘별 것도 아닌 걸로 괜히 호들갑 떨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가는 큰 코를 다치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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