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칼럼]울산 이차전지, 삼성의 통큰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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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칼럼]울산 이차전지, 삼성의 통큰 투자가 필요하다
  • 김창식
  • 승인 2023.08.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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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논설실장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도하는 황제기업은 단연 에코프로다. ‘국민주’ 삼성전자가 아니다. 에코프로는 이차전지용 양극재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달 26일 장중 주당 153만원을 찍어 ‘황제주’로 등극했다.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1주당 1500만원을 웃도는 엄청난 주식 가치다. 이 회사는 올해에만 14배(고점기준)나 급등했다. 이차전지가 한국의 미래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대비해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4곳의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했다. 울산은 ‘이차전지 포트폴리오(LFP, 전고체 등) 다변화 거점’, 경북 포항은 ‘국내 최대 양극재 생산거점’, 충북 청주는 ‘리튬황·원통형 등 미래 이차전지 혁신거점’, 새만금은 ‘핵심광물가공 및 리사이클링 전초기지’으로 핵심 역할이 부여됐다.

그런데 정부가 부여한 특화단지의 핵심 역할과 앵커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역의 미래 명운을 건 ‘이차전지’ 전쟁은 판가름 난 것과 진배없을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형국이다. 포항은 세계 최고의 ‘이차전지 허브’로 멀찍이 앞서가는 가운데 이차전지 매출 1위 청주에 뒤이어 울산과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새만금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특구별로 앵커기업의 면면과 투자 규모, 향후 관련기업 유치 가능성 등 미래 성장잠재력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포항은 양극재 소재 전주기 밸류체인을 구축한 세계 유일무이의 도시다. 이차전지 원가의 약 40~50%를 차지하는 핵심 양극재 소재를 사실상 독점했다. 앵커기업인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55조 원을 투자, 이차전지 소재 생산에 풀 밸류체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포항은 양극재 세계랭킹 1위 에코프로도 품었다. 에코프로그룹은 포항 국가산단 양극재 생산체계 구축에 4조9000축원을 투자 중이다. 포항이 2027년까지 투자유치를 확정한 금액만 무려 12조원에 달한다.

청주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리튬이차전지 셀, 리튬황 전지 생산 등 ‘세계적인 이차전지 마더팩토리’를 지향하고 있다. 청주는 전기차 배터리 세계 2위권의 앵커기업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등을 유치한 국내 이차전지 매출 1위 도시다. 또 새만금은 LG화학과 SK온·에코프로머티리얼즈, LS그룹, 양극재 제조 기업 엘앤에프 등 최근 3년간 이차전지 기업에서 9조원의 투자 유치 성과를 내며 미래 이차전지 산업거점으로 부상중이다.

4대 특구 가운데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성에 물음표가 던져진 곳이 바로 울산이다. 울산은 오래전부터 주력인 화학 및 자동차·비철금속 산업과 연계해 국내 최대 이차전지 클러스터를 구축한 곳이다.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고려아연-삼성SDI-현대차로 이어지는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라인업을 구축, 원소재부터 재사용·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산업의 전주기 체체를 갖춘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원소재 확보부터 원소재를 이용한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등의 소재 생산, 소재를 이용한 완제품 생산까지 전주기 밸류체인은커녕 초격차 기술을 가진 핵심앵커 기업이 없는 곳은 울산 뿐이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소재에 진출한 기업도 걸음마를 시작한 고만고만한 기업들 뿐이다. 정부가 부여한 전고체 배터리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 등은 초기 단계 기술이다. 밸류체인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삼성SDI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분야다

울산시의 목표대로 ‘차세대 이차전지 글로벌 산업거점도시’로 도약하려면 초격차 기술과 인력을 거느린 핵심 앵커기업이 필요하다. 현재 구도상으로는 삼성의 통큰 투자 없이는 원소재→소재→전지제조→전기차에 이르는 ‘전주기 이차전지 공급망’ 구축 자체가 불가능하다. 울산이 3대 주력산업을 보완하는 신 경제지도를 그리려면 끊어진 밸류체인을 다시 연결하는 길 뿐이다. 초격차 기술을 가진 앵커기업 삼성SDI의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김창식 논설실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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