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지구 뒤덮는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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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지구 뒤덮는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 경상일보
  • 승인 2023.08.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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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플라스틱은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20세기 중반 들어서면 석유화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가볍고 가공하기 쉬워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고분자 물질인 PVC, PE, PP, PET 등을 이용한 플라스틱 제품이 탄생했다. 그로인해 플라스틱은 고전적 재료(금속, 나무, 유리 등)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생활과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로 자리잡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3억6700만t이라고 한다. 1950년 이후 2020년까지 생산된 총량은 83억t에 이른다. 이 중 25억t 정도는 제품으로서 아직 사용 중이고, 약 5억t 정도만 재활용되었지만 나머지는 버려졌다. 생산된 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이 1회용이었으며, 버려진 플라스틱의 단지 9%만이 재활용되었을 뿐이다. 매년 최소 14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해양 쓰레기(해수면과 침전 쓰레기)의 80%가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인 것이다.

1㎏의 플라스틱 제품은 원료 채취 과정, 중합과정 및 제품 생산 과정을 거치면서 6㎏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인간의 편리를 위한 플라스틱 사용 그 자체가 비록 큰 부분은 아니지만, 연간 8억6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며 오늘날의 기후 위기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수 백 년 이상 썩어 없어지지도 않는 버려진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 쓰레기 문제 등 환경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이 지표면과 해양에서 반복적이고 계속적인 각종 충격에 의해 작은 조각으로 쪼개어지면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뀌어 인류 건강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달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진은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뇌신경 독성 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논물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한 때 각종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가소제로 첨가되는 내분비교란 물질인 환경호르몬에 대한 우려와 이에 따른 연구가 있었다. 얼마 전에는 플라스틱 조각에 의한 해양 생물들의 처참한 모습이 보도된 바 있었다. 최근에는 PET 음료수 통에서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이 확인되면서 우리 모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황당해 하고 있다. 이미 동물 실험 결과, 10~20㎛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관 내벽은 물론 혈관벽도 통과할 수 있어, 혈관이나 세포 사이에 잔류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가져오게 됨을 여러 연구에서 밝혔다. 미세먼지는 소화 기관을 통해 들어올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은 물과 음식 뿐 아니라 호흡기를 통해서까지 들어올 수 있어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호주 그리피스 대학 연구팀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한 결과, 실외보다 실내의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더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실내에는 생활 편의 플라스틱 제품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22년 국제해양환경학회의 발표 논문에서, 사람이 먹는 어류의 75%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성인이 일주일에 섭취하게 되는 미세 플라스틱 양이 5g이나 된다고 하는 연구 보고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2025년부터 세탁기에 마이크로파이버 필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도 금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자제와 종류에 따른 사용 금지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9%에 지나지 않는 재활용률을 높여 해양으로 흘러 나가는 플라스틱을 막아야 할 것이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있었던 제 5차 유엔환경총회에서는 2024년까지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협약을 갖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환경부 주관으로 과기정통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8개 관계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유사 협의체를 재정비 하면서 ‘미세플라스틱 다부처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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