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폭염 속 죽음을 부르는 열사병·일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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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CEO포럼]폭염 속 죽음을 부르는 열사병·일사병
  • 경상일보
  • 승인 2023.08.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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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민 율제요양병원 대표원장

지난해 어느 여름날, 응급실 근무 중의 일이었다. 50대 젊은 남자가 컨디션 저하로 응급실로 가던 중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구급차에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응급실에서도 결국 심장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 전에는 알 수 없지만,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원인은 온열질환이었다. 내원 직전까지도 멀쩡히 일하고 활동했던 사람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온열질환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질환이고 간단한 원리의 질병이지만, 여름철 특히 조심해야 할 위험한 질환 중 하나다.

온열질환은 일사병, 열사병 등으로 분류된다.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는 일사병(sunstroke)과 뇌의 기능이 고장나는 열사병(heatstroke), 그리고 열실신, 열탈진 등이 있다. 우리나라 날씨에서는 보통 5월부터 9월까지 상온에서 온열질환이 나타난다. 최근 기상이 해마다 덥고 추워지면서 온열질환의 발생 또한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온열질환자는 1564명, 추정 사망자는 9명이었다. 이는 2021년에 비해 13.7% 증가한 것이다. 올해 8월이 시작된 지금 벌써 온열질환자는 1015명, 추정 사망자는 10명이다. 울산지역은 높은 온도를 계속 기록하고 있어 환자 발생이 잦다. 현재 울산의 온열질환자는 서울, 인천에 이어 27명으로 광역시 중 3번째로 많다. 인구수를 고려하면 거의 최고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온열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일사병은 단순히 고온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탈수증상에 따른 여러 불편한 증상을 동반한다. 흔히 ‘더위 먹었다’라고 표현되는 질환이다. 환경을 시원하게 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쉽게 회복된다.

하지만 열사병은 그렇지 않다. 두 질병은 이름도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열사병은 고온에 노출돼 머리에 있는 체온조절중추가 망가져버려 스스로 온도조절을 할 수 없게 되는 질환이다. 열사병 환자의 특징은 땀이 나지 않고, 40℃ 이상의 고열이 난다. 순식간에 의식저하 및 심정지까지 진행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상황이 파악되면 즉시 신고해 응급의료체계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현재 전국 500여개의 응급실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가동 중이다. 온열질환의 발생 현황과 특성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질병관리본부 누리집에 있으므로 이 정보를 이용하면 좋다. 만일 온열질환이 의심된다면 119신고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 질환은 예방 및 현장 응급처치가 가장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응급처치를 하나만 꼽는다면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쉽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증발법’이다. 직접 물이나 얼음으로 체온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물이나 알코올 등으로 환자의 전신을 적시거나 닦으며 선풍기 또는 부채 등을 이용해 몸의 열을 증발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일사병은 물론이고 열사병에도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열사병을 인지하는 즉시 시행하는 것이 좋다. 또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물을 먹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행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자들도 이 사항들을 충분히 숙지하기를 바란다.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8월이다. 울산시민들 상당수가 8월 초에 휴가를 떠나고 있다. 그 중에는 평소처럼 무더위 속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온열질환은 체온조절이 잘 되지 않고, 탈수가 쉽게 발생하는 유아나 노약자에게만 찾아오는 질환이 아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고온에서 장기간 활동하면 온열질환에 걸릴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일사병과 열사병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해 건강한 여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성민 율제요양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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