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탈울산 아닌 In 울산,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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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탈울산 아닌 In 울산,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으로
  • 경상일보
  • 승인 2023.08.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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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찾아왔다. 휴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지만 휴가지만이 선사해 주는 차별화된 음식, 특산품, 축제 등은 더 큰 기대와 즐거움을 준다.

국내 휴가지로 선호되는 제주도엔 젊은 층에게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는 핫플레이스 한 곳이 있다. ‘우무’라는 청년기업이다. ‘우무’는 제주 해녀가 채취한 지역 특산물인 우뭇가사리 원초에 우유를 섞어 만든 푸딩으로 유명하다. 테이크 아웃만 가능한데, 구매 후 3시간 내에 먹어야 해서 제주를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다. 매년 30만명 이상이 찾는 제주 여행객의 필수 코스이자 로컬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고 한다.

울산에도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혁신형 기업을 일군 사례가 있다. 1400년전 신라시대부터 유래된 칠보공예를 되살린 ‘남정’이 그 주인공이다. 외국의 국빈이나 유명인사들이 이 업체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고 한다. 울산 사람도 아닌데, 울산에서 사업장을 열게 된 이유가 울산이 우리나라 최초로 칠보가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란다.

‘우무’와 ‘남정’과 같은 기업은 ‘로컬크리에이터(지역가치 창업가)형’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란 지역의 경관, 자원, 문화, 공간 자산 등을 소재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가를 말한다. 최근 산업·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장인정신 및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 소상공인 발굴 지원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5월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정책’을 마련했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의·식·주 등 생활문화 분야에 ‘제조기반 및 서비스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다. 제조기반이나 혁신서비스 등의 접목 형태에 따라 로컬크리에이터형(지역·공간창조형), 라이프스타일 혁신형(생활혁신형), 온라인 셀러형(마케팅 확장형) 등 3가지로 유형화해 지원한다.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성장성 있는 생활분야 소상공인들이 핵심 경제주체로 성장하도록 아이디어 발굴부터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단계까지 전주기로 맞춤 지원한다.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피칭대회를 개최하고 우수 아이디어는 멘토링이나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체험형 창업을 통해 사업화 성공률을 높인다.

제조기반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대기업과 협업해 온라인 판매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온라인 셀러 양성을 위한 사업도 마련돼 있다.

민간 금융 연계를 통한 사업화도 지원한다. ‘우리동네 펀딩’은 지역주민이 동네 소상공인에게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펀딩 받은 소상공인은 담보 부족과 낮은 신용 등의 어려움을 덜고 비교적 쉽게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또한 민간투자자가 기업가형 소상공인에게 선투자시, 최대 5배까지 정책자금을 매칭 지원한다.

인구 10만명 초반의 소도시에 불과하던 울산은 공업단지 조성 이후 한 때 인구가 120만명에 달하기도 했지만, 2015년말 이후 인구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 유출이 심각하다. 2022년 순유출 인구 9536명 중 20·30대가 52%에 달한다.

청년층의 인구 유출은 청년층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 부족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울산에는 십리대숲, 간절곶, 대왕암, 영남알프스, 반구대 암각화와 같은 풍부한 자연자원 외에도 각양각색의 역사·문화·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의 청년세대들이 이들 자원을 활용해 기업가형 소상공인 창업가로 성장해 지역에 뿌리를 내리도록 유도한다면, 청년층의 탈울산을 줄이는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앞서 소개한 두 기업의 창업가는 그 지역과는 특별한 연고가 없지만, 지역에 특화된 자연과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일궈낸 모범사례다. 이처럼 외지인들이 울산에서 이런 유형의 창업을 독려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좋을 것 같다. 생활인구나 관계인구의 증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이 하나 둘씩 늘어나 지역의 거점기업으로 든든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중후장대형 산업의 부침에 휘둘리지 않는 튼튼한 지역경제 생태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울산이 더 이상 ‘노잼 공업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역사, 문화, 관광의 색채가 어우러져 누구나 머무르고 싶은 ‘스마트 꿀잼 울산’으로 새롭게 브랜딩될 것이다.

기업가형 소상공인들이 ‘탈울산’의 흐름에서 ‘In 울산’을 위한 반전의 주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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