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교직사회는 충격에 빠졌고 추모를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며, 무너지고 있는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하고 있다.
왜 교사들은 한 선생님의 죽음에 이렇게까지 슬퍼하면서 분노하고 개선을 요구하는가?
바로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이 우리이고 서이초등학교가 우리 학교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원인으로 알려진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한 개인에 국한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이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교사라는 사명감 하나로 아이들을 가르쳐온 많은 선생님들이 제2, 제3의 서이초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몇 주째 몇만 명의 교사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모여 한 목소리로 공교육의 정상화를 외치는 것은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는 두려움의 발로이며 아직까지는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 아닐까.
가정에서 부모의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아동학대 처벌법이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훈육까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필자의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아도 이제는 사라진 장면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식생활교육관(일명 급식실)에서 담임교사가 편식하는 학생에게 한 가지 반찬이라도 더 먹게 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교사의 교육적 행동이 학생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민원의 소지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아동학대 처벌법으로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당연한 교육적 지도를 하는데 용기가 필요해졌다.
학교는 규칙과 규율이 존재하는 공동의 생활공간으로,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곳이다. 따라서 학교는 규칙과 규율을 지키도록 교육하면서 잘 지키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는 선도하고 지도와 훈육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교육 현실은 학교에서조차 옳고 그름보다는 학생 개인의 싫고 좋음이 우선시 되면서 학생이 싫어하는 행동을 교사가 훈육하면 ‘정서학대’라는 아동학대 처벌법(교사들은 이런 경우를 일명 ‘아동기분상해죄’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에 적용될 수 있으니 많은 교사들이 학생을 교육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들이 요구하는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처벌 면책, 악성 민원으로부터의 교사 보호, 다수 학생 수업권 보장을 위한 문제 학생 즉시 분리 등은 궁극적으로는 열정과 능력을 갖추고 책임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교육적 역량을 펼치는 학교 환경을 만드는데 필수요건이다. 우리나라 모든 학교가 선생님들이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가르칠 수 있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
서동업 울산 온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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