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0월 중순께 울산 출신 중진 국회의원이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검찰이)세간에 조폭보다 더 못한 조직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입니까 증인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네, 대단히 사랑합니다.”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필자는 명 질문에 명 답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르긴 해도 생각지 못한 질의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변을 하는 걸 보면서 그 당시 상당히 당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향후 이 말은 두고두고 많이 회자 될 것으로 사료된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권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및 ‘조국 일가족 사건’ 등 여야 정권에 관계없이 이에 굴하지 않고, 국회 및 청문회에서 소신 있게 처신하는 것들을 많이 봐왔다. 그로 인해 스타가 되어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탄생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에게 충성하질 않고 조직에 충성해야 한다는 말은 즉 상관(인사권에 미치는 상급자)에게 존경은 하되, 충성은 국가와 국민에게 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말 차관 내정자들에게 “나에게 충성하지 말고 헌법정신에 충실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헌법정신이란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이 부여 된다’는 의미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헌법정신에 충실하고 있는 가 살펴보면, 윤 정부는 초기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이권 카르텔과 기득권을 타파하겠다는 이른바 연금, 노동, 교육 3대 개혁을 내세웠다.
연금과 교육개혁은 여러 가지 요인 때문인지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노동개혁만큼은 노동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대우조선 불법점거를 종식시켰다. 예전과 다르게 불법 점거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권초기부터 강력하게 대처해 원칙을 제시했다. 필자 생각에 한·미 안보 강화 및 한·일 관계개선도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이슈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건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책임 있는 장관이 1조8000억원이나 소요되고, 오랫동안 추진한 국책사업을 다음정부에 가서 추진하라는 식의 폭탄성 발언은 상식선에서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여야 의원 및 이해관계인들을 떠나 다수의 보통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예비타당성까지 통과한 마당에 노선을 변경한다면 그에 대한 의혹제기는 당연히 예상했을 것이다. 변경안이 객관적이고, 경제적 측면에서 당초안보다 나으면 팩트에 의해 겸허히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반대 여론이 억측이고 정도가 지나친다 하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리’하는 마음으로 꿋꿋이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일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은 중앙부서와 지방자치 단체와도 연관성이 많을 것이다. 한 번 저렇게 틀어지면 실마리를 풀어 가는데는 관계기관 실무자들의 곤혹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 아닌가. 숙원인 양평군 주민 등 기대치가 높은 지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 일이다. 교련 수업시간 제식훈련결과를 검열 받는 날이었다. 검열 중 학생 대표 대대장이 무엇인가 실수를 했다. 학생 대표 대대장이 그 순간 순발력을 발휘해 학생 대열로 뒤 돌아서서 “새로 다시” 하며 크게 구령을 부쳐 실수를 만회하는 적이 있었다. 그 때 검열관께서 곧 바로 칭찬이 뒤 따랐다.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와 비길 수가 있겠냐마는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다. 옳고 그름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로를 되찾아야 한다.
필자도 긴 시간 공직에 몸담으면서 충실한 상관의 명령에 따랐고, 그게 바로 조직 사랑이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왔다.
강걸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