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상호시장 진출 제도가 도입 2년 만에 사실상 종합건설업계로 일감을 몰아주는 ‘불공정 경쟁’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 자본력을 갖추고 업역이 넓은 종합건설업계가 기술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영세 전문건설업 시장을 잠식하면서 지역 기반 영세 전문업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건설업 경쟁력 강화’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영세 전문건설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건설업 상호시장 진출 제도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이 시급하다.
조현철 대한전문건설협회 울산시회 회장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문·종합간 상호시장 진출로 인해 전문건설사는 수주 물량 감소, 업역 침해, 종합공사 진출 제한 등 심각한 수주 불균형으로 생존의 위기에 놓여있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상호시장 진출 허용 이후 종합건설업 우위의 수주환경이 조성돼 소규모 영세 전문건설사의 생존 기반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설명이다.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 진출 허용은 정부가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2021년부터 시행중인 제도다. 하지만 제도를 시행해 보니, 대규모 공사를 시공하는 종합업체가 소규모 전문공사 시장진출을 확대해 전문업계의 일감을 잠식하는 불공정한 제도로 전락했다. ‘전문공사의 시공 자격을 종합건설업체에 부여한 점’과 ‘전문 건설업체의 종합공사 시공 자격을 제한해 전문 건설업체들의 종합공사 진출을 어렵게 한 점’ 등이 종합업체로 일감 독식을 몰아주는 독소조항이 된 것이다.
실제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해 상호시장 진출 공사 수주 현황을 분석해 봤더니 종합건설사가 따낸 전문공사는 1조2985억원(2958건)에 인데 반해 전문건설사는 3895억원(689건)의 종합공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상호시장 진출시 ‘직접시공’이란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도급금액 20%를 초과’하는 불법 하도급 사례도 종합건설사가 10배 이상 더 많았다. 상호시장 진출이 불법·편법 하도급 체계를 양산하는 ‘나쁜 제도’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말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하면서 소규모 전문공사만을 수주하는 영세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한시적 장치도 사라질 예정이다. 일감이 격감한데다 최소한의 보호장치까지 사라진다면 전문건설사들은 붕괴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불합리한 경쟁체계는 ‘승자독식 패자몰락’으로 건설시장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영세 전문건설업계의 생존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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