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약 1만2천여 개 초중고에 4세대 지능형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가 도입됐다. 나아가 전국의 유치원에도 오는 9월부터 도입될 예정인데, 먼저 도입된 초중고 약 2만여 교원 대상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10명 중 8명이 이번 4세대 나이스 도입을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변혁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부정적 응답의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여기에는 매우 실체적인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다가올 9월 유치원 나이스 도입도 교육부가 나서서 저출산 문제 가속화에 로켓을 달아준 셈인데 왜 그런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교육부의 나이스 도입 보도자료에서는 그 도입 취지를 학생성장 중심 교육정책 지원, 선제적 교육복지 및 예방 중심의 교육 안전망 강화 등으로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나이스 도입의 실상을 알게 되면 이 얼마나 빛 좋은 개살구이며 교육부가 저출산/고령화사회가 기본법 제정 이래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의 기본관점조차 제대로 못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나이스의 도입이 현장의 유치원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도 인터뷰를 통해 사립 유치원마다 운영체계가 다르기에 나이스 업무 항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제외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이어지는 적절한 대책은 없었고 관련 논의 시도는커녕 나이스 도입하지 않으면 각종 지원금 신청 등 행정 절차는 수기로 해야 할 수 있다는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엄포를 놓았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여러 지원을 받는 만큼 합당한 행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이다. 앞서 말한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투명한 정보 공개를 원한다는 점을 들며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웠다. 하지만 이미 모든 사립 유치원들은 교육부 산하에서 관리되고 있는 국가 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용하여 각종 지원금에 대한 투명한 회계 공시는 물론,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공시하고 관리되고 있는 것이 맞는지 3년에 한 번씩 철저한 유치원 감사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든 회계 절차 및 감사 결과는 유치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세입세출예산서’ ‘식품비 비율공개’ 등 정확한 항목으로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결국 학부모가 궁금해하는 것은 그러한 지원 항목들이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교육환경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제대로 된 먹거리를 제공받고 있는지인데 이미, 시스템적으로 잘 안착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교육부가 저출산 문제의 기본관점조차 제대로 못 잡고 있다는 것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각 가정에 돈만 쥐여주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낳지 않을까 하는 원시적인 관점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인데 핵심은 우리 아이들을 마음을 놓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끊임없이 조성해주는 것이다. 특히 그 환경의 시기적 핵심은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미취학 아동’ 연령대이고 그 최전선이 어린이집을 비롯한 유치원 등의 교육기관이다. 현장에 전혀 맞지 않는 행정 시스템의 전면 도입으로 인한 일선 교사들의 업무 부담 가중은 반드시 늘어난 부담만큼 현장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25년이면 유보통합(유치원, 어린이집 관리 주체를 교육부로 합치는 것)을 앞두고 또 분명히 새로운 시스템을 들고나올 것이 뻔한데 그럴 때마다 업무 부담의 희생만 강요받는 교사들을 비롯한 일선 현장 인력과 교육의 질적 저하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학부모들을 생각하면 통탄을 금할 수 없다.
김정희 금비유치원장 울산과학대 유아교육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