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울산의 상징물인 신복로터리 ‘제2공업탑’이 50년 만에 철거돼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한때 남구 신정동 제1공업탑에 이어 울산의 번영과 영광의 상징물로서 위상을 나눠 가졌지만, 최근 주변 도시개발로 교통 혼잡과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면서 철거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비록 철거되지만 제2공업탑은 울산 ‘공업화의 기억’을 간직한 산업 유산이다. 향후 같은 모형을 작은 규모로 복원해 후손들에게 현대 산업 역사를 기억하는 사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울산시는 도시의 관문인 신복로터리 제2공업탑 구조물 철거작업을 21일 상부 구조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고가 잦은 신복로터리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고, 이동 동선을 줄여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신복로터리 교통체계 개선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시는 내달 10일까지 탑구조물을 걷어낸 뒤 교차로에 신호기를 설치, 평면 교통 체계로 바꿀 예정이다.
제2공업탑은 울산~언양 고속도로 개통을 기념해 현대건설이 1973년 만든 기념물이다. 32m 높이에 총 무게만 3300t에 달한다. 3면의 삼각형 시멘트 구조물에는 새마을운동의 기본정신인 ‘근면·자조·협동’이라는 구호가 새겨져 있다. 한때는 ‘유신탑’이라고 폄화돼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2공업탑은 1973년 박정희 정권 때 새마을운동의 불길이 들불처럼 퍼지던 당시 국민 정신 개조 및 조국 현대화를 대변하는 시대성을 반영하는 구조물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제2공업탑은 2001년말 신복로터리 고가차로 개통 이후 보존 보다는 ‘철거’쪽으로 서서히 기울면서 이미 운명이 예고됐다. 탑과 불과 몇미터 거리에 신복고가차도가 들어선 이후 상징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고, 차량 흐름에도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대표적 ‘상습 정체 구간·교통사고 다량 발생 지점’이라는 오명은 철거를 결정하는 명분이 됐다.
제2공업탑은 울산 공업화의 역사를 담은 일종의 ‘타임캡슐’이다. 그만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산업 유산이다. 후속 대책 없는 제2공업탑의 철거는 지역개발 논리를 앞세운 공업화의 역사 지우기 작업과 다를 바가 없다. 역사의 흔적을 마치 ‘식민지 잔재 청산’하듯 쉬이 지워서는 안될 일이다. 울산 산업이 지닌 역사의 무게는 무겁다. 관련 기록물 편찬은 물론 산업유산 기억 보존을 위한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화도시, 창조도시로 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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