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고 만나도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따뜻한 사람이다. 손길이, 표정과 말이, 목소리가, 소리 없는 웃음이 따뜻해도 그렇게 따뜻할 수 없는 작가가 바로 울산의 배혜숙 수필가다.
이분은 한 번도 요란한 적 없다. 한 번도 화려하게 보인 적도 없다. 양지바른 비탈이나 소로 모퉁이에 다소곳이 핀 풀꽃 같다. 거센 바람이 불면 뿌리에 힘을 모으고 고갤 숙인 채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순하디순한 꽃.
배혜숙 작가의 다섯 번째 수필집 <점촌 6길>(연암서가)을 안는 순간 이분의 여린 몸과 마음을 와락 내 가슴에 맞대어 인사했다. 많이많이 기다렸다고, 보고 싶었다고 혼잣말로 벅찬 감격을 보냈다. 그리고 단숨에, 그리고 천천히, 그리고 새기며 작품들을 읽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녀의 사부작거림이 전혀 식지 않았다. 요란하지 않다고 하여 힘이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녀의 힘은 ‘사부작사부작’에서 나온다. 박물관으로 미술관으로 공연장으로 골목으로 강변으로 동네 카페로 책 속으로 영화 속으로 음악 속으로 어디든 사부작사부작, 동행이 없어도, 아니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그녀는 사부작사부작 길을 만들어간다. 그녀의 일치적인 마음과 생각과 말과 삶이 글로 집결되어 힘 있는 스승으로서 선배로서 또 인생의 귀감자로서 존재 자체로서 수필 문학의 길, 삶의 길, 마음의 길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사부작사부작.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바깥세상의 렌즈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자신 삶을 구석구석 닦아내고 있는 모습이 이 책에 고스란하다. 그렇게 닦아낸 눈으로 사람을 대하고 자연을 바라본다. 작가의 동네에 있는 카페 ‘점촌 6길’을 비롯해 울산의 자연과 문화를 독자에게 섬세하게 전해준다.
인간이 인간이고자 갖은 애를 써야만 하는 이 시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 땀 한 땀 엮인 그녀의 수제품 <점촌 6길>이다. 이 작가의 살아있는 진실한 힘으로 머리끝이 쭈뼛해지는 무서운 일들은 사라지고 따사로운 인간의 길이 밝아지리라.
설성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