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학기가 시작됐다. 예전과 달리 학교는 교실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 교실마다 대형 전자칠판이 구축됐다. 교실에서는 전자칠판을 이용해 다양한 인터넷 자료들을 활용해 수업이 진행된다. 이와함께 학생 노트북 충전함이 설치됐다. 학생들에게 개인별 노트북이 지급돼 학생들은 배부된 노트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더불어 학교 수업이 달라지고 있다. 과목을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해당 과목을 학습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생각과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교 수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일제식 설명 수업이 대부분이다. 수업시간 교사는 열심히 설명하고 있고 아이들은 칠판을 바라보고 있다. 대량 생산을 하는 공장의 제품 생산방식처럼 여전히 많은 양의 지식이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전달되고 있다. 물론 일제식 수업은 방대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유용한 방식이다. 여러 세대를 거쳐 검증된 방식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지식을 바탕으로 더 깊이 접근하고 분석하며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질문하고 협업하며 모둠활동을 통한 프로젝트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수업활동에 필요한 물리적 환경 및 학습방법 개선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노력하는 많은 분께 감사하다.
학교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사는 지식 전달을 넘어 해당 교과시간에 아이들을 위해 지원해야 할 활동을 고민한다. 그러나 학교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한 학급당 학생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물론 옛날에 비하면 엄청나게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 명의 교사가 많은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일제식 수업을 전제로 학교 활동이 계획되고 있다.
교실은 변해야 한다. 한 학급은 20명을 넘지 않도록 편성돼야 한다. 모두 칠판을 바라보는 구조가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모아 주제를 분석하고 탐구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 일제식에 기반해서 일부 다른 학습 방법을 병행하는 형태가 아니라 지식 전달을 넘어서는 학생활동이 가능하도록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공간은 생각의 결과다. 학교는 변하고 있다. 학교의 모습은 한국의 교육관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달라진 물리적 공간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교사들을 위해서도 달라진 수업과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금의 변화와 발전에 감사하다. 그러나 현재의 변화는 학교 공간 전체를 재구성하는 단계다. 교실도 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학생 수가 줄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외연은 생각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이현국 울산 학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