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요한 건 나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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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요한 건 나았다는 사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8.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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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목 파인힐병원장

나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만성병을 앓는 환자였다. 간염 보균자였고, 아토피 환자였다. 의학을 전공한 내가 나의 병조차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간염 보균자가 된 것은 레지던트 1년차 때이다. 당시 만성간염 환자의 수술을 보조하던 중 봉합 바늘에 찔려서 혈액을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염되었다. 말하자면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얻은 직업병인 셈이다.

중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목에 가벼운 발진을 보이며 아토피 증상이 나타났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잘 낫지 않고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다. 과로하거나 식생활이 불규칙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아토피도 어김없이 심해졌다.

모든 만성병 치료가 그렇듯이 아토피에 대해서도 현대의학은 속수무책이다. 증상 완화제의 남용으로 오히려 병증을 만성화시키고 있다. 특히 아토피에 많이 쓰이는 스테로이드제는 염증을 억제하는 강력한 증상 완화제로,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 폐해가 심각한 약물이다.

강력한 염증 억제제인 스테로이드제가 오늘날 부작용 천국을 만든 일등 공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가능한 한 약을 쓰지 않고 가려움을 참아 내야만 했다. 그러면서 현대의학에 대한 회의는 더욱 커졌다.

자신의 병도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의사로서의 좌절감으로 방황하던 나는 대체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니시의학(西醫學)을 알게 되었다. 니시의학은 반자연적인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병을 치유하는 자연의학이다. 약을 전혀 쓰지 않고 식사와 생활습관을 교정해서 현대의학으로도 낫지 않는 난치병을 치유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황당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니시의학의 임상 결과에 대한 자료를 접하면서 관심이 갔고, 과연 맞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내 아토피가 낫는지를 직접 시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2002년 겨울 일본 동경으로 갔다. 니시의학의 맥을 잇고 있는 와타나베 쇼 선생이 운영하는 동경 와타나베 의원을 찾았다. 와타나베 선생은 홋카이도 의과대학 내과 교수를 지낸 현대의학계의 중진이다. 그 역시 현대의학의 한계로 고뇌를 거듭하다 니시의학을 알게 되었고, 니시의학의 효과를 확신하면서 미련 없이 현대의학자의 길을 접고 자연의학자가 된 용기 있는 분이다.

니시의학 치료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내 아토피는 나았다. 지긋지긋하던 아토피의 가려움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그것도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치유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중증 아토피는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달고 산 만성병이 1주일 만에 나았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당시 정상보다 약간 체중이 더 나갔던 나는 몸무게가 5㎏ 정도 줄었고,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운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다.

니시의학의 치유 메커니즘을 현대의학의 과학적 의학관, 즉 세포 구조, 생화학, 생리학, 분자생물학적인 용어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니시의학을 비롯한 많은 대체의학이 비과학적이고 원시적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 비과학적이라는 요법이 ‘자기 병도 못 고치는 의사’로 살았던 나에게 건강을 되찾게 해 주었다. 중요한 건 바로 그것이다. 현대의학으로 고치지 못한 병을 고쳤다는 그 분명한 사실보다 더 중요한 의학적 가치는 없을 것이다.

1주일 만에 아토피의 가려움에서 해방된 나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또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 니시의학을 꾸준히 실천한 지 8개월쯤에 20년간 간염 보균자로 살아온 나에게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겼다.

니시의학을 통해 간염과 아토피의 굴레에서 벗어난 나는 니시의학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되었고, 그 확신을 의사로서 병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 후 나는 자연의학자가 되었고, 의사로서의 삶에 전환점을 맞았다.

김진목 파인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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