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돌아오면 늘 피곤에 지쳐 있었어. 다른 아이들이 학원을 돌 듯 내 아이는 치료센터를 돌았지. 치료를 위해 중국까지 다녀왔어. 이제 생각해보니 내가 노력하면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이 내 아이를 더 힘들게하지 않았나, 후회가 돼.” 발달장애 딸을 키워온 차선열 이사장(울산수퍼마켓협동조합)의 속내다. 그와 함께 울산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활동을 시작했던 2009년, 처음 만난 그 아이는 이제 서른 살을 훌쩍 넘겼다. 장애인부모 단체에서 아빠모임을 이끌어 왔던 차 이사장은 본인이 사라진 뒤가 더 막막하다.
“두 아들이 모두 지적장애에요. 스무살, 서른살이 넘어가면 부모 역할은 줄이고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해요. 제가 언제까지 살겠어요? 내 아이들은 취업도 하고 월급도 받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더 많아요. 회장을 맡고나서 다른 집 아이들을 더 챙기고 앞세우며 살았습니다. 이런 내가 엄마로서는 모질게 보일 수 있지만 ‘우리’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그렇게 해야 되는 겁니다.” 박원숙 전 회장(울산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의 표정은 담담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이나 아이보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낸 삶이다. 웹툰작가 주호민의 언행이나 이를 ‘내 새끼 지상주의’로 비판했던 소설가 김훈의 그것과 다르다. 주씨 언행은 발달장애 아이 부모로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셀럽의 지위를 누려도 감내해야 할 현실은 다를 게 없다는 것. 그가 지금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는 본인도 해당 특수교사처럼 실수하고, 누군가에게 상처줄 수 있는 불완전한 인간임에도 남의 밥줄을 끊으려 했다는 점이다.
교권침해 여론이 악화되고 이와 맞물리며 주씨 사건은 발달장애 정책의 한계를 사회적 쟁점으로 도출시켰다. 여러 논란이 이어지던 지난 8월7일, 18개 학부모·교사·시민사회단체가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장애인 부모 장누리씨는 “초등학교에 가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원 없는 환경 속에서 아이도 교사도 힘들어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나는 어느새 진상 부모가 됐다. 왜 교육시스템의 붕괴를 장애 아동과 부모, 교사가 떠맡아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서 박원숙 전 회장은 “아이가 학교에 다닐 때는 그나마 사회적 관심이라도 받지만 성인이 되면 이마저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주호민 작가 논란에 있어서도 “우리 아이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거점이 될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면서 “4명 정도 함께 생활하며 주간보호센터에 가서 놀고, 보호작업장에 가서 일도 하고, 주간활동서비스도 누릴 수 있는 그룹홈을 국가 차원에서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진 인보관 마을복지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