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2시, 6년 만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이뤄진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남구 달동사거리 현장에 있던 교통 통제 경찰은 신호등을 끄고 통제대상인 주 도로로 진입할 수 없도록 진입로 등에 안전고깔을 세웠다.
사이렌이 끝나면서 민방위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도로 전체에 공습 경보가 내려졌다. 경찰이 가장 먼저 주요 구간을 통제하자 꽉 막혔던 왕복 8차선 도로는 2분 반에 텅 빈 모습을 드러냈다. 시내·마을버스는 길가에 정차했고 대부분의 차량도 경찰 신호에 맞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점멸등으로 바뀐 신호등을 보고 경적을 울리거나 영문을 알지 못해 무작정 화를 내는 운전자도 수명 목격됐다.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이 시작된 지 4분이 되자 경찰차, 구급차, 소방차 등이 일렬로 달동 사거리로 진입했다. 반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시민들은 꺼진 신호등에 당황하거나 대피소로 이동해달라는 안내를 듣지 못하고 지나쳐 가기도 했다. 김윤진(24·신정동)씨는 “민방위 훈련인 줄도 몰랐고 도로를 통제하는 줄은 더더욱 몰랐다”며 “이제 가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통제되지 않은 골목에서 큰 길로 진입한 차량 등 곳곳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한 관광버스 운전자는 통제된 도로 위에서 언성을 높이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고, 곧 끝날 훈련인데 지나가면 안되냐며 막무가내로 차량을 움직였다. 훈련이 중반을 지나자 통제된 도로로 진입해온 배달 오토바이가 교통 경찰관 수신호를 보고 바로 앞에 멈춰서는 등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훈련 막바지에 통제가 풀리자 혼란을 틈타 8차선 도로 위로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로지르는 행인도 있었다.
이날 민방위 훈련을 위해 군·경찰·소방 420명, 관계 공무원 등 2100여명, 민방위 대원 1050명, 봉사단체 400명 등 약 3600여명이 참여했으나 주민 참여도가 낮아 아쉽다는 평가다.
지난 2017년 진행된 이후 6년 만인데다 도로 전체 통제를 일부 통제로 변경하며 혼란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KTX, 항공, 병원 진료 등은 정상적으로 운영돼 민방위 훈련 중 대피소를 안내하는 관계자에게 “병원 예약 시간때문에 대피할 수 없다”며 사라진 시민도 있었다.
올해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은 시민 불편을 고려해 도로 전면 통제를 경찰서 단위 1개 구간에 통제가 이뤄졌다. 또 사이렌 울림 시간도 기존 3분에서 1분으로 단축됐고, 경계경보 발령과 경보해제 시에는 별도의 사이렌 울림 없이 음성방송과 재난문자 등으로 전파되면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울산시는 “정부 지침에 따른 훈련으로 재난·재해 위주 훈련에서 공습대비 훈련으로 변경된 점 등을 고려해 다음 훈련 지침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정부 지침에 따른 훈련으로 가상이긴 해도 공습대비 대피 요령 숙지는 꼭 필요하니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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