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중구에 위치한 약사천은 각종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울산종합운동장 바로 옆을 흐르고 있다. 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이 밀접한 주거지역과 접해있어 하천 정비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된 곳이다. 그동안 수 차례 정비사업이 이루어졌지만 일부구간에선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고, 산책로 탄성포장이 파손되어 보행 불편 및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여전하다. 이러한 이유로 시는 2024년까지 20억원을 들여 약사천 보행데크 설치 및 저수호안 산책로 친환경 포장 공사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정비사업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오염된 물이 흐르며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고 메말랐는데 기능적으로 보행로만 보수하면 충분한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022년 생태하천복원사업 우수사례 지자체 6곳을 발표했다. 최우수상에 선정된 오산시 궐동천은 수질개선 시설을 설치하고 수변 식생을 조성해 어류 생물종이 59% 증가했다. 수생태계 건강성을 높인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전에는 없던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달이 출현할 정도이다.
우수상을 수상한 밀양시는 단장천의 보를 개량하고 여울 및 생태숲을 조성하는 등 수생태계 복원사업을 펼친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새호리기 등이 출현했고 친수공간 조성으로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 효과도 거두었다.
한편, 도시 안에 조성된 자연공간의 중요성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그레고리 브랫만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AS)에 실린 연구논문을 통해 도시의 삶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자연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효과를 보여준다. 연구에서는 나무가 우거지고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리는 자연의 공원이나 산책로를 걸은 사람과 반대로 교통량이 가장 많은 찻길 옆 인도를 걸은 사람의 뇌를 스캔했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전전두엽 피질 부근의 혈류가 줄었다. 한마디로, 근심, 걱정, 불안 등 현대인의 고질병을 덜어내고 집중력이 증가하며 정신건강이 향상된 것이다. 특히 다른 소리들에 비해서 새 소리나 물소리를 들었을 때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체 징후들이 완화됨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도 존재한다.
생태계 복원 뿐 아니라 야간의 하천 다리 조명 정비사업도 필요하다. 경찰청과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가 2019년 공동으로 진행한 ‘범죄예방 환경조성 시설기법 효과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조명과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야간에 발생하는 강도·절도 등 5대 강력범죄를 약 16% 감소시킨다고 한다.
최근 남구 여천천 정비사업의 경우 지난해 12월 환경부 지역 맞춤형 통합하천사업 공모사업 선정을 통해 2760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가장 먼저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악취를 제거하여 생태하천을 복원하는 것 외에도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수변 정원길과 정주형 전망·휴게 공간을 조성하며, 뱃길 선착장과 멀티플렉스, 수변 친수공간 등 복합 생태계 문화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깨끗한 물이 흐르고 주변에 아름다운 경관이 조성된 약사천을 걷는 것만으로도 매일 약사천을 지나는 우리 아이들과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은 ‘울산시민의 더 나은 삶’을 최우선 목표로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필자는 약사천이 도심의 오아시스이자 울산시민들의 치유공간이 되도록 행정적 지원과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종섭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