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사들이 거리에 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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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교사들이 거리에 서는 이유
  • 경상일보
  • 승인 2023.08.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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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경 울산 삼신초등 교사

그간 울산교육청 사업을 소개하거나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글을 썼다. 정보를 제공하거나 소통하려는 목적의 글이었다. 의견을 낼 수 있는 일들이 없진 않았지만 민감한 일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개적인 글은 자신의 의지대로 없애거나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고, 섣부른 주장이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으며 필자가 믿는 가치가 공격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감을 이리저리 생각하다가도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 사건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당면한 이슈를 외면하고 쉬운 이야깃거리를 찾으려는 것이 스스로 달갑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이초 선생님은 지난달 18일 근무하는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직 정확한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 일이 단초가 되어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은 6회째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한 선생님의 죽음에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이른바 갑질을 비롯한 부당한 일을 겪는 모습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도 옆 반 선생님의, 이웃 학교 선생님의 실사례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의 일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으며 운이 좋았을 뿐 당장 내일이라도 비운의 주인공이 나일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이다. 첫 집회에서는 부임한 지 1시간 만에 아동학대로 고발당한 선생님의 사연에 함께 공감했고, 보신각 집회가 첫 집회임에도 안전하고 자발적인 참여 모습으로 집회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집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교원단체들이 자신의 주도권 경쟁을 내려놓고 한자리에 서서 교육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광화문 집회에서는 서울교대 교수의 성명서 발표가 있었는데 집회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실시간 중계방송을 보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 교육 후속세대들이 ‘2023년 7월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이렇게 묻는다면 말씀하여 주십시오. 나는 7월에 그 어느 땡볕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거리에 있었노라고, 나는 7월에 그 어느 폭우보다 더 많은 눈물로 교육 정상화와 함께했다고 말입니다.”

거리에 서진 못했지만, 집회와 그 집회를 하는 이유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었다. 주어진 지면을 가장 가치 있게 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권 침해 보험을 들고 지뢰밭에 서 있는 심정이라고 호소하는 선생님들, 교사의 인권,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뙤약볕에 나서는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교사 면담 사전 예약제, 소송비 지원 절차 간소화, 연수 확대와 같은 미봉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사들이 회를 거듭하며 자발적으로 거리에 서는 이유다.

유은경 울산 삼신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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