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인공 방사성 핵종, 그리고 핵폐기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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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인공 방사성 핵종, 그리고 핵폐기물 처리
  • 경상일보
  • 승인 2023.09.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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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방사성 핵종은 원래부터 지구에 포함되어 있던 자연계 방사성 핵종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인공 방사성 핵종이 있다.

자연계 방사성 핵종으로는 베크렐이나 퀴리부인에 의해 발견된 우라늄, 토륨, 폴로늄, 라듐 등으로, 이들은 방사선을 내면서 붕괴하며 또 다른 방사성 핵종이 생성되면서, 최종적으로 납이라는 안정한 원자로 되어 붕괴가 정지된다. 붕괴에 의해 곧바로 안정한 원자로 변하는 방사성 핵종도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칼륨40이나 루비듐87이 있다. 또한 우주선이 안정한 핵종에 닿아서 생성되는 방사성 핵종도 있는데, 트리튬(삼중수소)이나 탄소14 등이다. 트리튬은 인공적으로도 생성되기 때문에 자연계에서의 농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공 방사성 핵종은 핵무기나 원자력 발전을 위한 핵분열 반응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 핵분열은 자연붕괴와는 다른 형태로, 연쇄적 핵분열 반응을 한다. 이 때 소량의 질량 감소가 있는데, 이 감소된 질량이 아인슈타인 식(E=MC2)에 의한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생성되는 원자는 불행하게도 모두 방사성 핵종이다. 방사성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크립톤, 크세논 등 소위 ‘죽음의 재’가 발생한다.

핵무기의 경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앞서 미국 뉴멕시코에서 첫 원폭 실험이 있었고, 이후 여러 나라가 약 2000회의 핵실험을 사막과 동토대 및 해양 환초지대에서 했다. 이로 인해 성층권에는 아직도 상당한 양의 스트론튬90(반감기 27.7년)이나 세슘137(반감기 30년)이 남아 있어서 천천히 지표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장치 파열, 노심용융이 일어나면서 핵연료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주변지역의 신생아와 유아의 사망률이 전년에 비해 1.5배 급증한 바 있었다. 이후 1986년 소련 체르노빌(우크라이나) 원자로 폭발 사고는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의 원자로 사고로, 급성 방사선 장해로 31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입원했고, 그 후 사망자가 300여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을 마친 핵연료의 10분의 1만이 프랑스, 영국, 일본, 독일의 재처리 공장에서 남아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 및 정제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와 마찬가지로 재처리 공장에서도 분리·정제된 후 나머지 핵분열 생성물을 저장하거나 폐기 매립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국 윈즈켈 재처리 공장의 경우 1983년 핵물질의 해양 투기 중지를 결의할 때까지 30년 동안 다량의 방사능 폐기물을 바다로 방출시켰다. 미국도 1946년부터 1963년까지 고형 방사성 폐기물을 태평양 연안과 대서양 연안에 버렸으며, 일본도 치바현의 태평양 연안에 1661개의 방사성 폐기물 드럼통을 버린 바 있다.

인간이나 생물에게 방사선이 닿았을 경우, 피폭량이 1시버트 이하에서는 급성의 의학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장기간에 걸친 피폭에 의하거나 단기간의 대량피폭 후 수 년 이상 경과하고 나서 백혈병, 골암, 갑상선암, 폐암 등 각종 암이 피폭량에 따라 일정한 확률로 나타난다고 한다. 방사선은 또한 기형이나 기능 장애 등 유전적인 결함 비율도 배 이상 증가시킨다고 한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의 방사선 강도라야 나타나는지 않는지의 문제, 소위 ‘문턱값’이 있는가 없는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생체 분자의 화학적 변화는 방사선의 선량에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약한 방사선일지라도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자연계 방사성 핵종은 붕괴와 생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거의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공 방사성 핵종의 계속되는 증가는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을 맞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국가이기에 핵에너지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전한 소형 원자로 제작, 그리고 현재의 원자력 발전의 안전과 조속한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과감하고 넉넉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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