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필수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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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필수의료
  • 경상일보
  • 승인 2023.09.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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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지난 2016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원협회, 전국의사총연합 등 3개 단체에 각각 10억원, 1억2000만원, 1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의사 단체가 의료기기 업체에 압력을 가해 한의사에게는 판매하지 마라고 요구했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의사들의 잘못을 공식화했다는 것에는 의의가 있지만, 1년 예산이 200억이 넘는 의사협회의 규모를 생각하면,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의료계 내에서 한의사들이 받는 차별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0년 1월 대한제국의 ‘의사규칙’을 보면, 서의(양의사)와 동의(한의사)는 모두 의사로 규정되었으며, 내의원에서는 동의와 서의가 함께 의사로 일했다. 그러나 경술국치 이후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시작되며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일제는 통감정치를 시작하면서 한의사 제도를 폐지하고, 한의사를 한시적인 의사자격인 의생(醫生)으로 격하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전통의학제도를 없앴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945년 해방 이후, 일재잔재 청산은 여러 이유로 미비했고, 의료계도 마찬가지였다. 1948년 부산 임시국회에서 한의사 제도가 정식으로 입법되었지만, 여러 석연찮은 이유로 국공립대학에서는 한의대 설립이 무산되었고,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2008년 부산대학교에서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했으나, 아직도 서울대학교에는 한의대가 설립되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료 정책에 있어서도 한의사에게 차별적인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사료된다. 이런 불합리한 차별을 계속 방관한다면, 의료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사법부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대법원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과 뇌파계 의료기기 사용이 합헌이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초음파 뿐만이 아니라 X-ray, CT, MRI도 한의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들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오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결사반대하지만, 뒤에서는 천연물신약, 생약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한약을 사용하고 있다. 더이상 국민건강을 볼모로 밥그릇 싸움에만 치중해서는 안된다. 필수의료 부족으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컨버전스 융합 시대에 발맞추어 대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들은 ‘네 것도 내 꺼, 내 것도 내 꺼’라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중국의 투유유 박사는 중의약을 통해서 노벨생리의학상까지 수상했다. 한국 의료계도 지엽적인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의사가 가뭄의 단비같은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한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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