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 칼럼]전국 교사(敎師)들의 절규, 국회는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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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 칼럼]전국 교사(敎師)들의 절규, 국회는 뭐하나
  • 김두수 기자
  • 승인 2023.09.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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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수 서울본부장

“하루빨리 무릎 꿇고 빌어서 끝내라.” “(경찰에 고발하기 전에) 교사의 부모하고 같이 무릎 꿇어라.”, “일이 커지지 않게 여기서 마무리하자. 길어지면 개싸움되고 선생님만 힘들어….” 학부모들이 교사(敎師)를 상대로 한 협박 사례중 일부분이다. 심지어 어느 숨진 여 교사의 남편은 “학교에서는 어떤 지원도 없이 ‘그냥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았을 걸 왜 일을 키웠느냐’는 식으로 오히려 아내의 잘못인 것처럼 방관했다”고 통탄했다. 교사들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 우리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못된 학부모들의 갑질 행태에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아가 치민다.

전국의 교사 수만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집결한 지난 4일. 영국의 공영방송 BBC 서울 특파원 진 맥켄지는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 교사들의 분노현장을 리얼하게 보도했다. 진 맥켄지는 “한 교사의 비극적인 죽음은 (중략)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퍼져나갔고, 이들은 분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사 수만 명이 더 나은 교권 보호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나아가 “학부모들이 주말은 물론, 온종일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끊임없이 말도 안되는 민원사항을 늘어놓는 등 교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한다”고 타전했다. 진 맥켄지는 또 “한국에서 붕괴된 건 비단 교실뿐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의 교육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0위권 안팎인 한국 학부모들의 천박한 ‘자기자녀 우월주의’와 함께 교사 폭력이 세계에 까발려진 것이다.

교육부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제출한 ‘2016~2021년 재직 중 극단적 선택 교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76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망자 687명중 11%다. 매우 높은 수치다. 2021년 한국의 전체 사망자 중 극단적 선택 비율(4.2%)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이는 최근 연이은 극단적 사망자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는 제외된 것이다. 연령별로는 20대 5명, 30대 24명, 40대 18명, 50대 25명, 60대 4명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가장 열정적이어야 할 20~30대 교사가 전체 극단선택의 38%를 차지한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초교학교 교사 역시 새내기다. 이러한 처참한 교권 현실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내 아이만 최고라는 ‘병적 행태’. 학부모의 갑질이 가장 큰 문제다. 교육 당국마저 교권을 회피해온 대참사다. 더욱이 갑질 논란 학부모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식조차 없는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

이 지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추락한 교권회복이다. 백년대계 교육도 교권에서 나온다. 일선 교사들은 ‘생존권=교육권’과 관련, 학교에 전담 경찰 배치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교육계 ‘중대재해처벌법안’ 발의 필요성까지 나온다.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학교장 또는 상위급 기관의 방임이 드러날 경우엔 연대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10일 현재 여야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교권 보호를 위한 법안은 ‘교권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 개정안)이다. 정치권은 교권회복 법안처리의 시급성을 감안해 대부분 합의했다. 일부는 교육위 소위를 통과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가해학생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재 등은 계속 협의중이다. 문제는 국회가 또 다른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더 이상 지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합의된 안은 오는 21일 예고된 본회의 의사일정에서 최우선 처리해야 한다. 보완할 건 정기국회 회기중 단계적으로 속전속결 처리하면 된다.

전국의 교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절규의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울산 출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 윤재옥·박광온 두 원내지도부에 최우선 법안 처리 ‘특별한 미션’을 기대한다. 국회가 이런 저런 이유로 또다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처하면 어떻게 될까. 직무유기를 넘어 ‘자살방조’와 다름없다. dusoo@ksilbo.co.kr

김두수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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