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37)]헝가리트러플을 찾아 떠난 버섯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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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37)]헝가리트러플을 찾아 떠난 버섯여행
  • 경상일보
  • 승인 2023.09.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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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가는 여름이 아쉬워 어디 여행 한번 다녀올까 생각하다가 8월 말에는 무조건 선친의 묘소를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던 일이 떠올랐다. 길이 멀고 추석 성묘 때는 하도 막혀 근 10년 못 가본 형편이다. 경기도 포천까지 가는 길에 어디 들러볼까 하다가 태안의 ‘헝가리트러플’을 다시 찾아보고 싶었다. 마침 9년 전 바로 그날 태안 해변에서 놀랍게도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이 버섯을 찾은 것이다.

남부지방에는 호우경보까지 내리던 지난달 30일,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울산에서 태안까지는 414km를 가야 한다. 새벽에 집에서 떠나 언양까지는 날씨가 괜찮아서 예보가 모두 맞나 하면서 여행하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며 운전해 가는데 웬걸 언양휴게소를 지나며 비가 쏟아지는데 대전 지날 때까지 계속 비가 온다.

▲ 태안 해안가 사구에서 발견되는 감자덩이버섯. 일명 헝가리트러플이라 불린다.
▲ 태안 해안가 사구에서 발견되는 감자덩이버섯. 일명 헝가리트러플이라 불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대로일까 하는 걱정을 하며 태안의 사구를 찾았는데, 역시 예상대로 주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야영장, 펜션, 방갈로 등이 해안을 채우고 있고 사구에는 각종 초본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헝가리트러플은 발생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설사 발생했다 하더라도 찾기도 쉽지가 않다. 게다가 찾기 어려운 것은 비슷하게 생긴 하얀 찹쌀떡버섯이 곳곳에 있어 더욱 피곤하게 했다. 습도가 높아 계속 땀을 닦으며 두 시간의 탐색으로도 못 찾고 돌아다니다가 경사진 곳에 모래언덕이 노출되고 아까시 나무들이 자란 곳을 찾아가니 하얀 머리만 살짝 보이는 것이 하나 있다. 중량감이 있는 것이 대번에 헝가리트러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헝가리트러플은 학계에서 ‘감자덩이버섯(Mattirolomyces terfezioides)’이라고 명명되었다. 9년 전 발견 당시 거의 주먹만 한 것 17개가 발견돼 마치 하얀 감자덩이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찾은 것은 작은 달걀만한 것으로 2개였다. 앞으로 발견이야 계속되겠지만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돼 이번의 탐색여행은 뜻깊었다고 위안이 되었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다시 한 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새로 발굴해서 더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천 년 이상 보존돼오던 귀한 땅을 맥문동 밭으로 만드는 공원 행정을 보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은 사람이요 그리고 21세기 인류의 화두의 하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다. 우리 모두 보존과 지속을 생각해볼 때이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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