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은 물론 전국 치안상황이 심상치 않다. 묻지마 흉기난동에 이어 살인예고가 폭주하더니 공공기관과 철도를 대상으로 한 테러 위협까지 예고됐다. 지난달에는 울산시청을 포함한 철도시설에 고성능 폭탄을 설치했다는 테러가 예고되면서 군·경이 일대 수색을 진행하는 등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대부분 실제 테러 없이 허위 신고로 밝혀졌으나, 그래도 시민들 사이 ‘만에 하나’라는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
서로 호신용품을 선물하고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불안에 떨며 공공장소를 다니고 있다.
정부는 시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가시적 위력순찰’을 내세우고 도보 순찰을 확대하기 위해 ‘중심지역관서’ 등 시행에 나섰다. 다중밀집장소에 경찰 순찰을 강화하고, 치안 수요 높은 지역의 지구대에 인근 파출소 경찰관을 추가로 배치해 일대 도보 순찰과 순찰차 거점근무 등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가시적 위력순찰의 부작용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무장 경찰이 시내에 배치되고, 장갑차가 도심을 돌아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치안불안 상황에 시민들의 불안이 한층 더 가중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8일 울산 동구 한 대형마트에 흉기난동이 예고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전체 수색에 나섰으나, 이는 다중이용시설에 순찰 근무 중인 경찰을 보고 지인에게 전파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와전된 오인신고로 밝혀졌다.
중심 지역관서 등 현장순찰 강화도 ‘아랫돌 빼서 윗돌괴기’란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 주민은 “제한된 인력으로는 돌려막기식에 불과하다”며 “인력을 뺏긴 파출소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치안 대응은 어떻게 하냐”고 토로했다. 경찰인력의 업무 과부하는 불가피하다. 한 경찰은 “땜질식 처방일 뿐 절대 이상동기범죄의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탁상공론식 정책에 현장 경찰관들만 계속 피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다중밀집 장소에서 가시적 위력순찰로 범죄의지 제압과 주민불안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장경찰의 순찰에 시민 불안이 오히려 가중되는 것은 아닐지, 종일 도보와 현장으로 내몰리고 행정과 사건 업무도 처리해야 하는 일선 경찰들의 피로도 과중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묻지마 범죄는 말그대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무작위 범죄일 뿐 경찰의 치안 공백이 그 원인이 아니다. 정부는 경찰 현장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곧 있을 조직개편에서 무작위로 인력을 바깥에 내몰지 않기를, 본질적인 범행 동기 해결을 위해 행정을 집중하길 바란다.
정혜윤 사회부 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