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는 2022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제4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돼 ‘문화도시 울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상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국회의원이 작년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면 울산이 지난 60년 동안의 산업도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문화·관광도시로 다시 출발하는 계기이자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셈이다.
문화는 정신의 확장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는 상류층의 고상한 취향을 비롯해 지식인층의 교양을 뜻하는 의미로 쓰였고 지성인들은 물질적인 문명의 개념을 넘어 정신과 영혼을 다루는 낭만주의적 의미로서 문화를 받아들였다. 산업도시 울산은 문화를 어떻게 품을 것인가?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연계한 문화자원을 발굴해야 한다. 차별화된 문화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 전략 중 하나가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7호 ‘울산쇠부리소리’와 같은 지역색 강한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영국 리버풀의 경우 비틀즈와 리버풀FC의 명성과 더불어 문화페스티벌 개최, 문화인재 유출을 막는 민관의 협력, 앨버트 독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이 견인차 역할을 해서 문화도시로 자리 잡았다. 인프라가 부족하더라도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잘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주목할 만한 기록을 남겼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전북 익산의 미륵사 터와 왕궁리 유적에는 2022년 한 해 동안 73만명이 다녀가며 2014년 대비 70% 정도 방문객 수가 늘어났다. 방문객 수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톡톡히 누린 것이다.
문화자원으로 성공한 두 사례에서 착안한다면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반구대 암각화와 울산쇠부리소리는 문화도시 울산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걸림돌은 보존 혹은 전승 문제다. 다행히 해마다 침수되어 보존문제가 입방아에 오르던 반구대 암각화는 올해 7월 국보 제147호 ‘울주 천전리 각석(암각화)’과 함께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유산명으로 올해 7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에 최종 선정되면서 실마리를 찾을 듯싶다.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오는 9월 차질 없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서 초안을 제출한다면 2025년 7월께는 최종 등재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문제는 ‘울산쇠부리소리’다. 울산쇠부리소리는 고된 쇠부리 과정에서 힘을 돋우고 합을 맞추는 노동요다. ‘자발적 산업근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철기에 관한 노동요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희소성을 지닌 문화자원이다.
그 탓인지 전승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울산쇠부리소리는 정확한 가사나 악보 없이 쇠부리 불매꾼에 구전되어 왔다. 울산의 철 생산이 중단되면서 소멸될 위기에 처했으나 1981년 울산 한실 쇠부리터에서 일했던 최재만의 구술이 채록돼 세상에 알려졌다. 전승자 고령화, 이수자 부족 등의 문제로 명맥이 끊기고 있는 여타 무형문화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안정적인 전승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울산쇠부리소리’의 국가무형문화재 등재는 지역의 문화자원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고유성을 널리 알려 시민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더욱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
‘Daffodils(수선화)’는 영국의 대표적 낭만주의 시인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가 영국의 호수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얼스워터(Ullswater) 근처에 피어있는 수선화를 바라보며 지은 시다.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유쾌한 벗과의 동행이 즐겁지 않은 시인이 있을까)” 문화는 워즈워스의 수선화처럼 한 도시의 즐거움과 유쾌함을 주는 동행자이다. 산업도시 울산, 문화와 행복한 동행을 기대한다.
임채오 울산 북구의회 의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