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9호 태풍 사올라, 11호 태풍 하이쿠이, 12호 태풍 기러기가 우리나라 남쪽부근 해상에서 동시에 만들어져 북상하면서 한반도에 또 다른 기후위협을 주었다. 다행이도 3개의 태풍은 모두 한반도를 빗겨가거나 육상에 다다르기도 전에 소멸했지만, 태풍의 직격타를 맞은 중국 남부지방은 태풍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막강한 에너지를 갖고 북상하는 태풍은 자연재해를 대표하는 위험기상현상이다. 태풍이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태풍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람 역시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남북위 5도 부근 열대해상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태양으로 부터 전달받은 적도의 남는 열을 극지방으로 수송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태풍 덕분에 불균형하게 분포한 지구의 열적 평형이 유지되는 것이다. 태풍 한 개가 가진 평균 에너지양은 2차 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1만개의 위력이라고 하는데, 연평균 25개 안팎으로 발생하는 태풍 수를 감안해보면 태풍이 남북으로 수송해주는 열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25개 태풍 가운데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3.4개 정도이다. 6월부터 10월사이에 영향을 주는데, 대개 7월부터 9월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올해 태풍은 평년(1991~2020년)보다 더딘 속도로 발생했다. 8월 쯤 13~14호에 달해야 하는 태풍이 올해는 9월이 돼서야 13호 태풍이 발생했다는 것은 열대해상은 14호, 15호, 16호 등의 다음 태풍이 순서를 기다리며 태풍 초기 단계의 요란형태로 부지런히 북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0년간 전지구의 기온은 1℃ 이상 상승하고, 뜨겁게 달궈진 지구온도의 90% 이상을 흡수한 해양 역시 해수온도가 1℃ 이상 상승했다. 대개 해수면 온도가 1℃ 상승할때 대기 중의 수증기는 7%가량 증가한다. 뜨거워진 바다의 열기와 수증기는 더 강력한 태풍을 만드는 에너지원이 된다. 즉, 앞으로 더 강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육지는 9월 가을을 맞아 폭염의 기세도 점차 누그러들고 있다. 하지만, 육지보다 계절이 한템포 늦게 찾아오는 해양은 태양의 계절인 여름을 맞고 있다. 태풍 자체가 위협적인 존재이지만, 가을 태풍은 한반도에 더 치명적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한여름 한반도를 뒤덮은 덥고 습한 공기의 가장자리인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가을은 이 덥고 습한 공기덩어리가 일본 남쪽까지 후퇴하는 시기로 이로인해 그 가장자리가 우리나라에 놓이기 때문이다. 즉,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로 줄줄이 향하게 만드는 길이 열린다는 말이다.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22년 힌남노 못지 않은 더 독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태풍은 발생 최소 일주일전부터 이동경로와 그 세력의 변화를 예측하며 사전에 대비를 할 시간이 있다. 가을태풍의 북상 소식이 전해지면 기상청의 발표정보를 최대한 신뢰하고, 미리 미리 점검해서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울여야겠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