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축제 아카데미가 있어 더욱 기대되는 2024 울산옹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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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축제 아카데미가 있어 더욱 기대되는 2024 울산옹기축제
  • 경상일보
  • 승인 2023.09.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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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근 울주문화재단 대표이사

나는 옹기축제에 특별한 애정이 있다. 그래서 올해 열린 울산옹기축제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올해 초 울주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5월에 치러질 옹기축제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울산 울주군 행정 일선 재임 때부터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서 옹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또한 옹기축제가 지금과 같은 울산의 대표 축제가 되기 이전 축제의 열악한 재정 충당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발로 뛰기도 했다. 비대면 축제에 이어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봄축제인 2023 울산옹기축제를 통해 코로나로 움츠려진 사람들의 마음에 축제의 흥이 스며들어 지친 일상이 회복되길 바랐다.

하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축제를 하루 앞두고 불안했던 기상예보는 기대마저 저버리게 했고, 개막 첫날 억수같이 쏟아진 비는 3일 동안의 축제 일정 내내 그치지 않고 내렸다.

급기야 축제 운영본부에서는 ‘온양체육공원에 가로수가 쓰러져 복구하고 있다’는 다급한 전화까지 걸려 왔다. 많은 생각이 스쳤다. 6번의 주민 간담회를 비롯해 외고산 옹기마을을 찾아 옹기 장인들을 만났고, 옹기축제에 대한 의견을 하나하나 메모하며 함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논의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보다 더 프로그램이 풍성해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은 더 아프게 느껴진다.

울산옹기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울산 유일 문화관광 축제다. 올해 옹기축제는 문화관광축제 재지정을 앞두고 그 위상을 지키기 위해 힘썼다. 문체부 지표를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며 세심한 계획을 수립했고, 기상 악조건 속에서도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이행했다. 몇 달의 노력은 3일 연속으로 내린 비로 인해 만족스럽게 선보여 줄 순 없었지만, 문화관광축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구성원들의 노고는 헛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노고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2023 울산옹기축제는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전주시,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개최한 제2회 대한민국 문화재단 박람회에서 지역소생 분야 지역문화 우수 사례상을 받았다. 전국 115개 지역문화재단을 대상으로 문화매개, 지역소생, 문화기획, 재원조성, 문화협치, 문화향유 등 6가지 분야에서 지역문화 우수사례를 공모한 가운데 옹기축제가 주민 화합과 경제살리기, 지역문화 브랜드 창출 등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박람회 후 담당 직원으로부터 옹기축제를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고, 한정된 예산에 프로그램이 더 늘어났지만, 아직 못다한 일을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말과 함께 기획서를 받았다. 지금 열리고 있는 내년 옹기축제 주민기획 프로그램을 위한 ‘축제 아카데미’ 행사다. 첫 느낌은 얼마나 많은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결과는 의외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둘째 주 개강한 울산옹기축제 아카데미 강의실은 한여름의 열기와는 또 다르게 대비되는 뜨거움으로 달아올랐다. 8월 말까지 진행된 울산옹기축제 아카데미는 서울, 광주, 수원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활동하는 축제 감독들의 강의로 열렸다. 소위 전국의 축제장에서 ‘날고 긴다’는 축제판의 사령탑들이 울주에서 자신만의 축적된 비법을 전수한 것이다.

전국의 우수한 축제 전문가들이 울주에서 생생한 축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 이들의 이야기를 밑거름으로 지역 축제를 이끌어갈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점, 무엇보다 단순한 참여자로만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이 직접 기획자가 되어 내년도 옹기축제를 함께 한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저녁 늦게 시작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의자를 가득 채운 시민들을 보면 성대하게 열릴 내년 축제가 그려진다. 아쉬움이란 기대의 반증이다. 2024 울산옹기축제가 더 기대된다.

이춘근 울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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