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경찰관이 갑자기 찾아와도 놀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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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경찰관이 갑자기 찾아와도 놀라지 마세요
  • 경상일보
  • 승인 2023.09.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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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석 울산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순찰2팀원

“범죄예방진단은 왜 하는 건가요.” 무더운 여름철 편의점을 돌며 범죄예방진단을 실시하던 중 같은 팀 막내에게 들었던 질문이었다.

“글쎄” 마땅한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벌써 경찰 경력이 3년인데,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범죄예방진단은 범죄취약요소 파악, 예방대책 수립을 위해 경찰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범죄환경을 방문해 점검하는 과정이다. 경찰은 2016년 서울 강남역 한 주점 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전국 경찰관서에 CPO(Crime Prevention Officer)를 지정해 이러한 범죄예방진단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CPO의 숫자가 적다 보니, 범죄예방진단은 지역경찰의 업무이기도 하다.

경찰은 예전부터 ‘방범순찰’을 범죄예방활동으로 실시했고 보통 명절에는 ‘특별방범’을 통해 금융기관·현금취급업소 등을 범죄취약요소를 점검하고 범죄대응요령을 전파하는 예방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러한 과거부터의 경찰 활동에 거주 및 정주 환경을 범죄예방의 요소로 적극 활용하는 ‘CPTED(범죄예방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개념까지 더해 지금의 범죄예방체계가 만들어졌다. 그 중 현장을 범죄예방진단은 그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이 범죄예방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하고 있다. 취약지에 대한 도보순찰을 강화해 가시적인 방범을 강화하고, 주변 지역사회의 범죄 취약 요소는 없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

우리 팀 경찰관들은 막내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함께 풀기 위해 지역 내 금융기관·교육기관·점포 등을 대상으로 범죄예방진단을 실시해 보기로 했다. 8월 한달 동안 관내 총 43개소를 방문해 지역주민들에게 치안설문조사를 실시하고, CCTV의 작동과 촬영범위 등을 점검했으며 치안 민원 사항이 없는지 자세히 살폈다.

생각보다 주민들의 반응은 꽤나 긍정적이었다. 필자는 관내 유치원과 새마을금고를 방문했는데 “우리 동네를 잘 지켜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어린아이의 밝은 환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야간에는 팀장과 함께 주취자 신고가 많은 편의점에 방문했다 점포내 CCTV가 대상자의 인상착의를 잘 포착할 수 있도록 입구쪽으로 비출 수 있도록 조언했고, 흉기를 든 상대방에 대한 대처요령 등을 알려주었다. 또한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신분증 확인의무 등을 다시 한 번 강조해주었다. 그렇게 팀원 전체가 적극적으로 임하다 보니 막내의 질문도 자연스레 답할 수 있었다. “범죄예방도 신고처리와 같은 경찰의 핵심 업무이고 범죄예방을 위해 취약지역을 확인하고 치안요소를 점검하는 범죄예방진단은 꼭 해야하는 업무다”고 이제는 답할 수 있다.

9월말부터 6일간의 추석연휴가 이어진다.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지만 동시에 경찰관에겐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대비해 9월에도 우리 팀은 적극적으로 관내를 돌고 있다. 경찰관이 불쑥 찾아와도 너무 놀라지 않길 바란다.

김우석 울산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순찰2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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