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익숙한 단어다. 보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디자인은 공간, 건축, 제품 등이 보기 좋은 형태, 사용하기 편리한 기능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근래에 와서 디자인의 의미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화나 문장 속에서도 다양한 의미가 있는 ‘디자인’이 사용되고 있다. 디자인은 우리가 마주하는 장식이나 패션의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우리의 환경, 경험, 소통, 비즈니스, 심지어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인의 어원인 데시그나레(Dsignare)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즉, 디자인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현실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디자인은 산업혁명이 초래한 대량생산, 과잉장식, 소비의 불균형과 같이 사회 저변에 깊게 깔려 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적 사상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시대의 핵심적 특징은 누구나 창의적으로 디자인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더 이상 전문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으며, 그 의미와 영향력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와 일반 사용자 간에 엄격한 경계가 존재했다. 디자이너는 공간, 제품, 웹사이트, 포스터, 그래픽 등을 디자인하고, 사용자는 그것을 소비하거나 이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용자가 디자이너와 함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 당연시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비즈니스 모델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해,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디자인 경영(Design Management)’은 기업의 경영 전반에 걸쳐 확장되고,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인의 확장은 협업과 공유 문화를 확산시켰다.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와 온라인 플랫폼(Online Platform)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와 창작물을 전 세계와 공유하고 평가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은 디자인 공동체를 국제적으로 확장했으며,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협력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기반을 제공했다. 또한, 공유 디자인 도구들은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디자인에 참여하고 이바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은 비영리 단체들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디자인(Social Design) 원칙과 방법을 적용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 디자인은 공동체와 협력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접근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 부족 지역에서 적절한 급수 체계를 설계하거나, 교육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개발하는 사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늘날의 기술혁신은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상상 속의 디자인을 누구나 현실화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빅 데이터(Bigdata) 분석 기술은 사용자 행동 및 선호도를 이해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분석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서 개개인의 경험을 반영한 디자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공간체험, 시뮬레이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과 창의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는 우리의 생활과 사업, 사회와 문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디자인은 이제는 전문가들에게 한정된 영역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창의적인 생각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누구나 디자인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한다. 미래의 디자인은 우리의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발전된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풍요롭고 창의적인 미래를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