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태화루, 용금소 그리고 스카이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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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태화루, 용금소 그리고 스카이워크
  • 경상일보
  • 승인 2023.09.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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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혁 UNIST 명예교수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년~647년) 당시 당나라에 유학 후 돌아온 승려 자장에 의해 창건된 태화사와 함께 건립되었다. 태화루는 태화강의 용금소 북쪽 절벽 위에 지어졌는데 임진왜란이 지나면서 소실되었다가 400년이 훌쩍 지나서 2014년에야 현재의 모습으로 건축되었다. 용금소는 태화강 물이 휘돌아 치면서 암벽을 깎아 만든 절벽 밑의 수심이 깊은 부분인데 예전에는 매년 익사자가 생기는 무서운 곳으로 인식되었다. 용이 산다는 속설에 따라 가물 때는 기우제를 지내는 등 고대로부터 울산의 명소이었다. 자장이 중국의 태화지에서 만난 용이 신라에 살고 있는 자기 아들의 식복을 빌어달라 부탁하였기에 용금소를 황룡연(黃龍淵)이라 하였다. 따라서 용금소는 태화루와 한쌍으로 연결해 그 의미를 새겨야 하지만 치수가 잘 된 현재의 태화강에서는 아련한 추억 속에 잊혀지고 있다.

울산시가 관광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태화루 남쪽 용금소 절벽에 스카이워크를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필자는 울산연구원장 재직시절인 2019년 이에 대한 정책 제안(‘태화강 용금소 스카이워크’, 기획과제2019-02, 34-36쪽)을 하였기에 이 사업이 잘 진행되길 바라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명칭이다. 신문기사에는 ‘태화루 스카이워크’ ‘태화루공원 스카이워크 전망대’라고 언급되는데 이를 ‘용금소 스카이워크’라고 하길 바란다. 주안점을 ‘태화루’가 아닌 ‘용금소’에 맞추어 그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스토리들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정립하면 관광자원 뿐만 아니라 울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둘째, 명분이다. 스카이워크를 만드는 이유가 ‘원도심에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상업적 목적이 주가 되면 안된다. 태화루를 복원한 명분이 ‘역사와 미래가 있는 태화강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태화루 대들보에는 동서로 황룡과 청룡 각 2마리가 그려져 있다. 황룡이 산다는 용금소를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는 이 프로젝트의 완결편이어야 한다. 태화루 스카이워크를 단지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보게 되면 다른 고려사항들 예컨데 역사적, 환경적, 생태적, 미학적 요소들을 무시내지 희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셋째, 상징성이다. ‘태화강 수면위 13m, 강변에서부터 35m 가량 뻗어나오는 고래를 형상화’한다는 디자인은 태화강과 전혀 맞지 않는 콘셉트이다. 용금소의 황룡을 형상화해 낮에는 입에서 물을 품어내고 밤에는 눈에서 불이 나오게 디자인해 태화강의 명물이 되게 해야 한다.

넷째, 스토리텔링이다. 울산의 마두희축제는 동대산(산룡, 청룡)과 태화강 용금소(수룡, 황룡) 그리고 이 둘을 잇는 비녀목으로 스토리를 입혀 여타 줄당기기 놀이와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기우제를 재현하면 민속에 대한 이해 증진과 신선한 구경거리가 될 듯하다. 선바위 주변에는 백룡담(白龍潭)이 있다. 용과 관련된 이 세가지를 잘 연결하면 스토리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출렁다리, 케이블카 등 유행하는 시설물의 관광객 반짝 유치는 한 철 지나면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과 태화루 등이 가진 장점을 반짝 아이디어가 아닌 지역 특성을 반영한 관광투자로 그 가치와 주민을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도 충실히 반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역사적 명소를 차별화된 디자인과 스토리로 되살려 시민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태화강 국가정원의 명소가 되게 하면 태화루의 활성화와 원도심의 관광객 유치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임진혁 UNIST 명예교수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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