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인 흉상’ ‘세계 최대 성경책’에 이어 ‘바닷속 떠오르는 부처’ 구상까지 내놓았다. 김 시장은 이 중 기업인 흉상은 자진 철회했으나 세계 최대 성경책, 바닷속 떠오르는 부처 등은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김 시장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여론의 반대가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의 관광산업을 부흥하려는 김 시장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번에 처음 나온 ‘바닷속 떠오르는 부처’ 구상도 어떤 면에서는 충분히 상상해봄직 하다. 이날 김 시장은 간담회에서 “동구 대왕암공원은 신라시대 삼국통일을 이룩했던 문무대왕이 사망한 후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이를 기반으로 바닷 속에서 ‘떠오르는 부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럴듯 해 보인다.
그러나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나 콘텐츠는 울산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 잘못하면 랜드마크를 통해 관광객을 모으려고 시도했던 노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지난 2012년 5월2일 동구청 주관으로 열린 ‘옛 기록으로 살펴본 대왕암 지명유래’ 심포지엄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신종원 교수는 “울산 대왕암에 대한 기록은 구한말에 처음 나타나 1970년대까지는 대양암(大洋岩)으로 통용됐으나 1980년대 들어와 대왕암으로 불렸다”면서 “이 과정에서 경주의 문무대왕암과 비교대상이 되면서 대왕암의 주인은 문무왕의 비로 낙착됐다”고 강조했다. 향토사연구가 송수환 박사도 “대왕암 신라왕릉론은 역사도, 전설도, 설화도 아닌, ‘대왕’이라는 말에 현혹된 구전을 견강부회(牽强附會)한 개인의 소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요즘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은 ‘세계 최대’ ‘국내 최고’ 등을 좋아한다. 김 시장이 내놓은 기업인 흉상이나 세계 최대 성경책도 그 중의 하나로 보인다. 그러나 관광산업에 있어서 세계 최대는 큰 의미가 없다. 자고나면 ‘세계 최대’ 기록이 계속 경신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내용이다. 작지만 큰 의미를 지닌 콘텐츠가 더 호소력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관광객들의 심미적인 통찰력이 높아져 어지간한 관광시설을 만들어도 주목을 끌지 못한다.
울산의 콘텐츠와 랜드마크는 매우 신중해야 하며, 개인이 마음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시민들의 총의가 모아져야 대표성과 상징성을 띨 수 있는 것이다. 김 시장의 간절한 심정은 알겠지만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