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신고리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이 한참이던 때였다. 현장 관계자는 이론적인 근거를 들어 열심히 설명했는데 바로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만약 2001년도 미국 세계무역센터빌딩 항공기 테러가 발생한 9·11사태처럼 대형항공기가 원자로에 충돌한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답변은 이랬다. “747점보 제트기가 부딪쳐도 신고리 원전의 원자로가 폭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명쾌한 답변이었다. 그렇게 귀에 쏙 들어오도록 설명해주면 국민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안심하지 않겠느냐고 조언을 했다. 그날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개인적 신뢰가 더 확고해진 것은 물론이다.
최근 주요 현안이 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의 해상방류 문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과학적이고 쉽게 설명할 필요가 절실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를 토대로 방류가 결정되고 많은 과학자들이 인체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무시해도 될 정도라는 견해를 피력함에도 인체 유해성을 들어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한마디로 배출된 오염수가 수산물을 오염시켜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다 해도 후쿠시마의 오염된 생선이 우리 밥상에 오르거나 오염된 바닷물이 우리 연안 바다의 생선을 오염시킨다는 전제를 해야 가능한 논리가 된다.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중, 삼중의 장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 방류되는 오염수는 삼중수소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내로 희석된 ‘오염처리수’이고 1㎞ 떨어진 해저로 배출되어 태평양 바닷물과 뒤섞이게 된다. 이미 배출 시점에 측정된 유해물질의 농도는 허용 기준치를 훨씬 밑돈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에 더해서 태평양 해류를 따라 수년에 걸쳐 순환하는 바닷물 중 어느 정도가 우리 해역으로 접근한다 할지라도 엄청난 양의 바닷물 속에 뒤섞여 희석될 것이 분명한 오염처리수의 농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낮아지지 않겠나 싶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지난 8월24일 부터 9월11일에 걸쳐 1차 방류로 7763㎥가 배출되었고, 내년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3만1200㎥가 추가 방류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구의 바닷물의 총량이 13억7000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방류된 바닷물 속으로 섞이게 되는 오염처리수의 비중은 무시할만한 수준이라 보면 된다. 해양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동부에서 배출된 오염처리수는 태평양 해류를 따라 4~5년에 걸쳐 순환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해안에는 적어도 당분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정부는 정부대로 후쿠시마에 현지점검반을 정기적으로 파견하고 만일의 경우에 즉각 대응할 것을 공언하고 있고 우리나라 3개 해역 곳곳에서 방사능 측정도 철저하게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지난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바다로 그대로 흘러 들어간 오염수들이 태평양을 세 바퀴는 돌았을 12년 반이나 지난 오늘까지도 국내 연안 바다를 오염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
늘 강조했듯이 경제는 심리다.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를 진작시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장 심리의 불안정을 해소하는 일이 중요한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근거가 불확실한 괴담으로 불안 심리를 조장하여 경제를 위축시키는 일은 진정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자그마한 사건 하나가 금융위기를 불러온 과거 사례처럼 불안감을 지나치게 증폭시키는 일은 없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제 며칠 후면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대목장에 어물전이 소외받거나 차례상과 식구들 밥상에 국내산 수산물이 오르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수산업 종사자들과 어민들의 생업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경제를 조속히 회복시켰으면 하는 간절함에서 드리는 말이다.
오늘 저녁에는 친구들과 계절의 맛 전어회를 맛 보러 가야겠다.
박대동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