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양대사업장 임단협 타결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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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양대사업장 임단협 타결이 갖는 의미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3.09.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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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형석 사회부 차장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자동차와 조선업을 대표하는 양대 사업장이 나란히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타결지었다. 이달 7일 현대중공업에 이어 19일에 현대차가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면서 양대 사업장 모두 추석 전 임단협 조기 타결에 성공, 지역사회와 관련 업계에 모처럼 낭보를 전했다.

더욱이 현대차 노사는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달성했는데, 이는 1987년 현대차 노조 창립 이후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는 실패했으나, 2년 연속 연내 타결에 2014년 이후 가장 짧은 교섭기간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현대중공업의 타결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교섭 타결에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임단협 교섭이 시작됐을때만 하더라도 양대 사업장의 교섭 전망은 온도차는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녹록지 않았다. 특히 현대차는 노조가 요구안에 ‘정년 연장’ 카드를 포함시키면서 난항이 예상됐다. 실제 지난 6월1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여차례의 교섭을 가졌으나, 핵심 쟁점인 ‘정년 연장’ 때문에 교섭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사측이 22차 교섭에서 만 60세 정년퇴직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시니어 촉탁제(숙련자 재고용 제도)’의 계약기간을 최대 2년(1년+1년)까지 늘리는 추가안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노조가 거부하면서 5년만에 파업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23차 교섭에서 노사는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주고받을 것은 주고받는다’는 유연한 사고 아래, 노조가 ‘정년 연장’ 카드를 굽히는 대신, 사측이 역대 최고 수준 임금 인상으로 화답하면서 극적인 타결을 이루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1만1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300%+800만원, 격려금 100%+250만원 등에 합의했다. 기본급 인상 규모가 11만원을 넘은 것은 현대차 교섭 역사상 처음이다. 여기에 출산·육아 지원금 대폭 확대, 기술직(생산직) 800명 추가 채용 등도 포함됐다. 노조로서는 ‘정년 연장’ 카드를 고집하지 않는 대신 최대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사실 사무·연구직과 20·30대 젊은 조합원 등 이른바 ‘MZ세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정년 연장’은 먼 얘기였고, 이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예상보다 높은 58.8%의 찬성률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올해 임금협상만 진행한 현대중공업은 현대차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조기 타결 전망이 높았으나, 예상과 달리 난항을 겪었다. 핵심인 기본급 인상폭을 놓고 노사는 줄다리기를 이어왔고, 한 차례 잠정합의안 부결 끝에 노사는 기본급 12만7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450만원 등을 담은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추석 전 타결을 이뤄냈다.

양대 사업장의 임단협 타결은 노사가 이제 소모적이고 대립적 관계에서 탈피, ‘실리’ 중심의 상생·발전하는 노사관계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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