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 울산을 다시 울산답게’
울산시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 당시 선포한 비전이다.
‘35년만에 부활한 공업축제처럼 울산을 다시 울산답게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 산업도시로 만들어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울산시의 친기업 정책은 자동차, 석유화학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 사례로 현대차가 울산공장에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로 하자, 시는 전담 공무원들을 공장에 파견해 인허가 기간을 무려 2년 가까이 단축했다.
과거 국부 창출의 최대 중심이었던 산업도시 울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위대한 여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최근 울산의 청년 일자리, 교육, 의료 등 시민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생활 인프라는 열악해졌다.
울산 시민으로 자긍심도 좋지만, 이에 앞서 울산에 사는게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그 중 하나를 예로 들면, 울산은 ‘소아과 오픈런 전쟁’이 여전하다. 대리 접수도 빈번할 만큼 소아과 진료 보기가 쉽지 않다.
요즘 같은 환절기엔 오픈시간에 맞춰가도 11시가 훌쩍 넘어서야 겨우 병원 문을 나설 수 있다. 최근 ‘비대면 진료’까지 종료되면서 워킹맘들에겐 더욱 곤혹의 시간이 됐다.
특히 진료가 종료된 저녁시간이나 휴일엔 응급실 외엔 방법이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진료비를 지불하며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지만, 소아과 전문의는 만날 수도 없다. 응급실 전담 전문의로부터 진통제정도만 처방받고, 월요일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려야 한다.
타지역처럼 울산도 소아 야간진료 거점 의료기관인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된다면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현재 달빛어린이병원은 서울 3곳과 부산 3곳, 대구 2곳과 광주 1곳 등 전국에서 46곳이 운영되고 있는데, 7개 특광역시 중 울산에만 없다.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되면 최소 평일 밤 11시, 휴일 저녁 6시까지 병원 문을 열어야 하는데, 출산율 감소와 낮은 의료수가 문제 등으로 민간병원 차원에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에선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운영시간과 의료수가 문제 등으로 민간병원 차원에서 쉽게 나설수 없다면 시 차원에서라도 유인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울산에’ 산다는 울산 시민들이 가지는 자긍심도 좋지만, 이보다 울산에서 사는게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석현주 사회부 차장대우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