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제2도심인 언양권 개발의 핵심인 KTX울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장기 표류할 위기에 직면했다. 선도사업인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을 8년간 저울질하던 롯데그룹이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조건부 철회 가능성을 울산시에 전했기 때문이다. 롯데가 이 사업을 접는다면 울산 도시개발사업의 전반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울산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약속과 책임을 저버리는 기망행위로 비칠 수 있다. 롯데는 이제라도 그동안 울산시민들이 보여준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공공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울산시와 롯데에 따르면 롯데쇼핑측은 최근 울산시에 “주상복합아파트 조건을 약속해 주지 않으면 사업 수행이 힘들다”며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가 최근 롯데측에 “공사를 계획대로 이행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 포기하라”는 최후 통첩성 압박에 ‘선 주상복합아파트 보장’으로 맞대응하며 벼랑끝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이다.
이 사업은 지난 8년간 ‘수익성’ 높은 사업모델을 요구하는 롯데와 ‘공공성’을 강조하는 울산시와의 견해차로 사업중단과 재개 등 파행이 반복됐다. 급기야 김두겸 시장은 지난해 말 신동빈 롯데 회장을 만나 조속한 사업 추진을 요청했다. 이에 롯데는 주상복합아파트와 컨벤션센터를 함께 건립한다는 사업계획 변경안을 내놓았다. 물론 민간 개발사업에서 기업의 수익성 확보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의 공익성을 훼손할 소지가 큰 ‘돈되는’ 사업모델을 수용해 달라며 ‘떼쓰는’ 식의 태도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게다가 롯데는 울산시에 도시공사로부터 매수한 부지의 원가 반납과 울산지역 발전 기금 기부 등 사업철회 조건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울산시와 롯데 양측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수치와 방법까지 나온터라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가 롯데의 요구를 전부 수용한다면 지역발전이라는 사업의 공익성은 훼손되고, 대장동 사태처럼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롯데가 계속 특혜성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안을 요구하며 배수진을 친다면 기업의 공공적인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잖아도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고향 울산에서 기업의 공공적인 역할과 사회적 책임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롯데다. 롯데는 시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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