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과 기술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의 생각은 어떠한가.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고 생각이 깊어지다 못해 혼란스럽기까지 한 경험을 했다. 이렇듯 과학과 기술은 대체로 우리에게 심각하고 진지한 문제였다. 어린 시절 아인슈타인, 뉴턴 그리고 에디슨 등의 인물들이 제시한 위대한 결과물에 감탄해 현재 과학자, 공학자의 길을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위대함과 어려움 앞에 지레 겁먹고 위축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고 과학자를 꿈꾼 사람도 많았다고 본다. 진중하고 심각한 학문적 권위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친숙한 과학, 기술도 학문과 사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리라 생각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과거 학창시절 <코스모스>라는 책을 접한 적이 있다. 아마 이것을 보고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사람도 있으리라. 우주에 눈을 뜨게 하는 이 위대한 도서는 과학이 좀 어렵지만 신비롭고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학문에 대한 도전정신까지 제시하는 매력 있는 가이드였다.
최근 한 한국 발명가가 ‘괴짜 노벨상’이라는 것을 수상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그노벨(Ig Nobel)상이 정식 명칭으로서, 노벨상을 풍자해 만든 상이라고 한다. 가공의 인물인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cius Nobel)에서 이름을 땄다는데, ‘품위 없는’의 뜻인 ‘이그노블(ignoble)’과 의미 연결이 된다. 공공보건 분야의 수상자인 스탠퍼드대 의대 소속의 박승민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발명은 ‘스탠퍼드 변기’라고 이름 붙인 ‘스마트 변기’인데, 대변 모양을 분석해 과민성대장증후군 징후를 찾아내거나 소변에서 포도당, 적혈구 포함 여부를 파악하는 등의 기능을 갖고 있고, 항문 모양으로 신원파악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도 항상 지문만으로 신원을 파악할 것이 아니라 모발 배치 등도 신원을 특정하는 정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동사무소에 가면 지문을 인식기에 찍는 경우가 많은데 에러가 나는 비율이 상당하다. 이렇듯 상당 기간 개발이 진행된 완성도 높은 인식기도 불편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다른 인식요소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옵션의 개발은 분명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리라.
일본이라고 하면 엉뚱한 발명의 천국이라고 예전부터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로 ‘진도구’가 있다. 이것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일면으로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결국에는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도구이다. 소위 엉뚱한 발명품이라는 면에서 이그노벨상을 받은 발명품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과거 2013년경 기사를 보니, 가와카미 겐지라는 사람은 그 당시 기준으로 이미 600여 개의 진도구를 발명했다고 한다. ‘콧물 흘리는 사람들을 위한 두루마리 화장지 롤러가 달린 모자’ 같은 것들이다.
최근 지인이 문득 울산과학관 같은 기관들에는 이용자가 많이 있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필자도 최근에는 간혹 관련 업무가 있어 가 본 적이 있는 것뿐이고 그것도 주말이고 행사가 있던 때라서, 평소에도 이용자가 많은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과학이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좋은 공공시설이라고 생각한다. 수년 전의 기억으로는 각종 체험 시설이 있어서 책에서만 보던 이론을 눈으로 그리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는 기억이 난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겠지만 더 많은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과학과 수학 나아가 모든 학문이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준다면 학문의 발전, 과학의 발전으로 삶이 보다 윤택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류에 지대한 기여를 하는 우주탐사선과 같은 위대한 발명도 있지만, 위에서 본 소소한 재미를 주는, 즉 크게 필요하지는 않지만, 재미는 한껏 주는 그런 것도 나름의 위대한 발명이다. 펌프를 이용한 말 같은 간단한 장난감도 어린 시절 우리를 한참 재미있게 하지 않았던가. 논문으로서 명망 있는 학술지에 게재되거나 특허를 받을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이다. 미래 세대가 사고의 폭을 넓히고 과학과 발명을 즐기는 행복한 세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