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서부권 개발의 기폭제가 될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시행사인 롯데울산개발(주)이 울산시에 조건부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울산시와 롯데에 따르면 롯데쇼핑 임원진은 지난 25일 울산시를 찾아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조건을 약속해 주지 않으면 사업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롯데의 입장은 주상복합아파트 조건에 대해 울산시에 ‘선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롯데의 주상복합아파트 변경 추진과 관련, 시가 최근 롯데측에 “공사를 계획대로 이행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을 포기하라”는 최후 통첩성 압박에 선보장으로 맞대응을 한 셈이다. 또한 지난주 울주군 출신 서범수 국회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롯데측의 추진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롯데의 책임자와 최고 경영진을 증인신청 한 것에 대한 응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상복합아파트를 울산시가 선보장하지 않을 경우 사업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지역사회는 받아들이고 있다.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은 7만5480㎡(롯데 소유 3만7732㎡, 한국철도공사 소유 3만7748㎡) 부지에 3125억원을 들여 KTX울산역세권에 환승센터와 판매시설, 환승 지원시설과 테마 쇼핑몰을 세우는 것이다. 이 사업을 위해 롯데쇼핑은 2015년 울산시, 울산도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사업협약을 체결했고, 2016년 2월 출자회사인 롯데울산개발을 설립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2018년에 이미 영화관,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환승센터가 완공했어야 한다. 하지만 롯데 측이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추진을 미루다 영화관 대신 분양 상가를 추가하는 등 사업 계획을 2차례 변경했다. 2019년에는 복합환승센터 지원시설 용지에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기도 했다.
롯데는 이날 안효대 경제부시장을 만나 주상복합아파트(주거)와 결합한 모델로 사업계획 변경을 승인해 주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하지만 울산시는 “공익성을 훼손하는 방안이며, 특혜 논란까지 일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다. 원안대로 이행해야 한다”면서 “지구단위변경 등 조건을 이행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반대했다.
시는 복합환승센터 부지 개발과 관련해 환승시설 조성부터 우선적으로 진행한 후 주상복합아파트 부분은 보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 측은 “주상복합아파트 조건이 수용된다면 환승시설, 복합 쇼핑몰, 주거시설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설계가 나올 수 있다. 1단계 사업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 사업의 수익성 등 수지타산을 검토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시와의 면담에 대해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업성 확보 방안에 대해 울산시와 논의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었으며, 사업 철회 여부 등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면담 이후 롯데의 사업철회와 관련해 지역사회에서는 부지반납과 50억원 상당의 공영주차시설 건설, 200억원 발전기금 기부 등 구체적 철회 조건까지 나돌고 있다.
한편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에 대한 롯데의 조건부 철회설과 관련해 KTX역세권발전협의회를 비롯한 울주군민들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당초 KTX역세권발전협의회는 추석 연휴 이후 시에 빠른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하기 위한 시청 항의 방문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롯데 불매운동 실시, 부지 환수 조치를 요구하는 집회 등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롯데의 복합환승센터 철회설에 따라 이러한 계획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8년간 사업을 미뤄오다 발을 빼겠다는 롯데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TX역세권발전협의회측은 “당혹스럽다. 복잡한 감정이 든다. 우선 내부적인 회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현주·박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