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골칫거리 악성민원, 건전사회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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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골칫거리 악성민원, 건전사회 가로막는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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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 ‘억지성’ 민원이 만연하고 있다. 민원을 넣는 사람들 대부분은 무리한 민원을 넣어 공무원을 괴롭히거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민원서류를 신청해 행정을 마비시킨다. 민원폭탄을 맞으면 해당 기관은 업무 처리에 문제가 발생하고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악성 민원인들은 ‘내 세금으로 월급 받는 놈들’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킨다.

울산은 다른 도시와 달리 악성민원이 오히려 늘어나는 도시다. 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민원은 1238만1209건으로, 2021년 대비 17.7% 감소했다. 그러나 울산은 2021년 20만9769건, 지난해 24만3311건 등으로 매년 15% 가량 증가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25만2212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를 뛰어 넘었다.

울산지역의 대표적인 보복성 민원은 재건축·재개발, 지역주택조합,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이다. 울산 곳곳에서 진행되는 이들 사업장에는 수시로 행정 대집행을 요구하는 ‘항의성 민원폭탄’이 쏟아진다. 울산 중구지역의 한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행정에 대한 항의성 민원이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90여건 접수됐다. 악성 민원인들은 “화력을 보여줘야 한다” “행정을 마비시켜 빨리 해결되게 해야 한다”는 등의 위협적 언사를 하면서 해당기관을 협박하기도 한다.

악성민원은 공무원들의 사기와 의욕을 꺾고, 나아가 다른 민원인들에게 들어갈 행정력을 낭비시킨다. 이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선의에 의한 선진복지는 요원하다.

지난달 3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악성민원과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노총은 성명서에서 “지난 7월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다 쓰러진 세무서 민원팀장은 일주일째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민원인의 폭언, 폭행, 협박 등으로 인한 공무원 노동자의 정신적 스트레스, 우울증, 자살 문제는 비단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예전에는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 해서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으로 예우를 갖춰 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민원인들의 갑질 대상으로 전락했다. 악성 민원인들의 머리 속에는 “악 쓰면 들어준다”는 인식이 은연 중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도 이제는 민원들의 악성민원을 무조건 참고 인내할 것이 아니라 사법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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