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중 상당수가 의과대학으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UNIST마저도 ‘의대 광풍’의 직격탄을 맞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종로학원은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기반으로 ‘이공계 특성화 대학 중도 탈락생 현황’ 자료를 분석해 발표했다. 중도 탈락이란 재학 중 자퇴, 미복학, 미등록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지난해 UNIST를 비롯한 전국 4개의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서 268명이 중도에 학업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21년 중도 탈락생이 187명이었던 것에 비해 81명이 늘어나 43.3%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UNIST는 지난 2019년 52명, 2020년 73명, 2021년 21명에 이어 지난해 66명이 학업을 도중에 그만뒀다.
종로학원을 비롯한 교육계에서는 이들이 타 이공계 대학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대부분 의약학 계열 등으로 옮겼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후폭풍이 시작됐다는 분석과 함께 과학 인재 육성 정책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재고할 부분이 있다고 진단한다.
적잖은 연구실에서 내년 예산의 불확실성 때문에 박사후연구원이나 대학원생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장관이 직접 과학자들을 만나며 달래기에 나섰고, 여당은 일부 R&D 예산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현장은 이미 혼란에 휩싸인 모습이다.
과학계는 정부의 일방적 R&D 예산 삭감 발표가 이공계 이탈과 의대 광풍을 부추김에 따라 과학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주요 연구 중심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R&D 예산 삭감에 따른 학생 인건비 문제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책임지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실제로 이들이 얼마나 의약학 계열로 이동했는가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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