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증가하는 민원에 울산지역 대민기관 민원 담당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안전신문고, 전자민원창구 등 온라인 민원 신고 창구도 다양해지며 업무 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원 현장에서는 폭언·폭행·성희롱 등을 일삼는 악성 민원인도 여전하다. 본보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울산지역의 각종 민원 담당자들은 흉기를 사용한 협박은 물론 폭언과 폭행 등 각종 신체적·정신적 고통 사례를 토로했다. 특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법원, 경찰청 등 민원 창구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폭행 상황에 매일 긴장하고 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민원 현장
익명을 요구한 울산 공무원 A씨는 “최근 현장에서 한 농부를 만나 민원 업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민원인이 들고 있던 낫을 들이밀며 협박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시 너무 놀라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고 그저 민원인을 달래기 바빴다”며 “다행히 큰 일 없이 넘어갔으나 그때 일이 충격으로 남아 현재까지도 현장에 나가는 일이 생기면 늘 불안하고 두렵다”고 했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민원인의 위법행위 건수는 총 2만6685건이다. 지난 2018년에 비해 44% 이상 증가했다.
울산에서 지난해 발생한 민원인의 폭언·협박 등 위법 행위는 총 759건이다. 이 중 방문 소란이 381건으로 가장 많고 폭언과 협박(전화)이 348건, 위험물 소지를 한 폭행이 5건 등이다.
민원 담당자들은 현장에서는 실제 통계보다 더 많은 폭언·폭행이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부에서 소위 대표적인 ‘기피부서’에 발령된 중구 공무원 B씨는 “방문 소란의 주 발생지로 꼽히는 격무·기피부서는 언제나 긴장상태”라며 “무엇보다 폭언과 폭행은 늘 예고없이 찾아오기에 실제 증거물 확보를 거쳐 신고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는 “녹음을 할 수 있는 휴대용 보호장비도 극소수에게만 부여되고 이마저도 미리 안내를 하고 고지를 해야 사용을 할 수 있다”며 “이에 내부에서도 휴대용 보호장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높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법원·경찰청 악성 민원에 긴장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법원·경찰청 민원 창구에서도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는 일이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울산지방법원 종합민원실에 민사소송 중인 당사자가 알 수 없는 액체를 들고 찾아왔다. 그는 법원장을 만나게 해달라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액체를 마시겠다고 직원과 대치를 이어갔다. 결국 주변인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 민원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설득을 거쳐 겨우 귀가시켰다.
지난 2021년 7월에는 소액사건 당사자가 재판 진행이 늦다는 이유로 울산지방법원에 흉기를 들고 직원들을 협박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최근엔민원인이 울산지법 보안관리 직원을 의자로 내려치려는 행동을 하는 것을 붙잡는 과정에서 역으로 폭행으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 업무가 쌍방 이해관계인이 있다 보니 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재산이나 권리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감정이 격해져 민원실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도 높다”고 밝혔다.
법원을 포함한 경찰청 등에서는 수사·감사담당자에게 매일 전화해 일방적으로 법관·수사담당관을 비방하는 사례도 흔하다. 법원·경찰 관계자는 “법률적 쟁점에 관련된 내용이 많다 보니 민원 직원들이 적극 행정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더욱 민원 응대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다양한 악성 민원 응대 사례가 발생하나, 순식간에 사건이 발생하기에 직접적인 증거가 확보돼 경찰에 고소·고발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