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가을, 하루 25㎞씩 남으로 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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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가을, 하루 25㎞씩 남으로 남으로
  • 경상일보
  • 승인 2023.10.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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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지난 추석 연휴를 전후해 북쪽에 중심을 둔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날씨가 부쩍 서늘해졌다. 아침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지난 6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0.6℃까지 떨어진 대관령에는 첫서리가 내리고 첫얼음이 얼었다. 일교차가 커져가는 날씨 속에 어느덧 늦여름 더위가 꺾이고 가을빛이 짙어졌다. 보통 봄의 속도를 개나리나 벚꽃 등 봄꽃의 개화 속도로 비유한다면, 가을의 속도는 단풍이 곱게 퍼지는 속도로 비유된다.

봄꽃 개화의 북상속도가 하루 20㎞인 반면, 단풍은 하루 25㎞의 속도로 남하한다하니 가을의 속도가 봄보다 더욱 쏜살같다. 가을이 시작되면 온도가 낮아지고, 낮시간도 짧아져 그만큼 햇빛양도 적어지게 되는데, 기온이 떨어지면서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어 나타나는 단풍은 가을철 날씨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가을하면 뭐니뭐니해도 단풍이다. 단풍은 일교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일교차가 크면 클수록 단풍은 더 빨리 물든다. 보통 일 최저기온이 5℃ 아래로 내려가면 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데, 일교차가 크면 그만큼 일 최저기온도 낮아지기 때문에 가을을 재촉하는 것이다. 해안보다는 일교차가 큰 내륙지역에서, 평지보다는 높은 산에서 단풍이 빨리 찾아오는 것도 바로, 일교차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강수량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강수량이 적으면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이 모두 말라버려 낙엽이 되고, 반대로 강수량이 많으면 잎이 일찍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좋은 단풍을 보려면 적정 수준의 강수량 또한 아주 중요한 기상요소로 뒷받침이 되어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단풍이 물드는 설악산에는 지난 30일 첫단풍 소식이 들렸다. 작년보다는 하루, 평년보다 이틀 정도 늦은 것이다. 아무래도 아침기온이 5℃ 아래로 뚝 떨어지고,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찬 날씨가 일찍 찾아올수록 일찍 물드는 단풍의 원리상 9월 늦더위가 올해 단풍소식을 좀 늦춘듯하다. 일반적으로 단풍은 산 정상에서부터 아래로 20%가 물든 시점을 첫단풍이라고 보고, 산정상으로부터 80%가 물든 때를 절정으로 보는데, 단풍 절정기는 첫단풍이 든 후 약 20일 가량 걸린다. 따라서 10월 하순부터 11월 초순쯤이 올해 단풍의 절정기가 되겠다.

갑자기 크게 벌어진 일교차 덕분에 짙고 고운 빛을 뽐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큰 일교차가 가을빛은 곱게 할지는 몰라도 우리의 건강빛은 어둡게 할 수 있다는 점은 꼭 명심하자.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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