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요양병원 윤리위 설치 의무화…웰빙의 끝은 웰다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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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요양병원 윤리위 설치 의무화…웰빙의 끝은 웰다잉돼야
  • 경상일보
  • 승인 2023.10.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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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요양병원을 포함한 대부분 병원들이 연명의료 중단을 승인하는 윤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하지 않아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거부권, 즉 웰다잉(well dying) 권리가 외면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존엄사와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자기 삶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겠다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병원은 윤리위를 아예 운영하지 않고 있다. 특히 윤리위 설치율이 지극히 낮은 요양병원에선 말기 환자의 연명치료 거부권이 철저히 차단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요양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들의 윤리위원회 설치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울산지역 상급종합병원(울산대병원)을 비롯해 종합병원(9곳), 요양병원(39곳), 일반병원(46곳) 등 병원 95곳 가운데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울산대병원, 이솜요양병원 등 11곳에 불과하다. 윤리위원회 구성·운영비율이 고작 11%에 불과하다. 지역의료 기관 중 89%는 윤리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윤리위가 없으면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가 연명치료를 거부하더라도 치료효과 없는 시술행위를 계속해야 한다. 환자와 가족 모두에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아닐수 없다.

최근 죽음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와 의료기술 발전 등으로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며 존엄사를 선택하는 시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울산지역에서 “연명치료 안 받겠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시민은 9월 말 기준 3만5700여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올해 8월 전국 의료기관의 윤리위 설치율은 상급종합병원이 100%인 데 반해 종합병원은 60.7%, 요양병원은 8.7%에 그치고 있다.

병원들이 윤리위 설치를 꺼리는 이유는 윤리위 구성·운영 관련 비용과 업무과중 등이 대부분이다. 윤리위는 의료기관 종사자 외에도 종교계, 법조계 등 비의료인과 외부 위원을 포함해 5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요양병원 등의 윤리위 설치 의무화, 관련 비용과 인건비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햐 한다. 윤리위 운영에 대한 평가 및 인센티브도 방안이 될수 있다.

인간은 누구든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존엄한 죽음은 환자와 가족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다만 민감한 문제인 만큼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윤리위 설치가 의무화된다면 환자들의 존엄한 죽음도 많아질 것이다. 웰빙의 끝은 웰다잉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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