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회가 점점 복잡·다양화되면서 주민의 대표기관이자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성이 있어야 행정의 정책, 주민들의 민원 등 지역의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회적 요구에 따라 지난 2020년 행정안전부가 신설한 항목이 있는데, 바로 지방의회 의원정책개발비다. 2005년 국회의원을 위해 시행된 것이 지방의회 의원까지 확대된 것이다.
정책개발비는 지방의원 1명당 최대 500만원까지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의원 개인이 아닌 의원연구단체가 사용할 수 있다. 의원연구단체는 지방의회의 정책개발 내용에 따라 매년 새롭게 만들어진다.
이에 동구의회도 8대 의회가 개원한 지난해 ‘울산광역시 동구의회 의원연구단체 구성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의원연구단체 운영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고, 올해 처음으로 인구증가 정책개발 연구회와 동구 교육돌봄 연구회 등 2개의 의원연구단체를 구성했다.
첫 시작인 만큼 두 의원연구단체는 가장 시급한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에 나섰다. 인구 감소 문제는 눈에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심각하지만 출산, 교육, 주거, 문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뒤섞여 있어 그 해법을 찾기란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과제로 선택한 것은 동구의 인구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동구의 인구는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된 2015년 17만4963명에서 2022년 15만1711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울산 5개 구·군 가운데 인구 20만명을 넘지 못하는 기초자치단체는 동구가 유일하다.
사실 그동안 동구는 인구 감소 문제를 차분하고 면밀하게 살펴보고 대응에 나설 여력이 없었다.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조선업의 장기 불황으로 지역 경제의 침체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기 때문이다. 행정도, 정치권도, 지역 주민들도 눈앞에 닥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2019년에는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막기 위해 발버둥 쳤고, 2020년부터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데 온 힘을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동구는 처참한 인구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K-지방소멸지수를 토대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지방소멸 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소멸위기지역 총 59곳 중 울산의 구·군 가운데 유일하게 동구가 포함됐다. 올해는 국토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시군구별 노인인구 및 총인구 변화와 시사점’에서 총 인구 대비 노인 인구 증가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위기가 울산 동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동구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우선 인구 감소 문제가 지방소멸의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동구 전체가 절박함을 공유해야 한다. 동구의회의 의원연구단체는 이같은 동구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첨병 역할을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 위기를 겪었던 유럽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구 위기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일회성 정책은 있을 수 없다. 출산과 육아, 교육, 청년, 주택, 노인, 복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전폭적인 예산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회성·단발성 정책보다 외부 전문가와 함께 조사 및 분석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구 맞춤형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지방소멸이 무엇인가? 결국은 동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울산의 또 어느 지역이 사라지고, 전국의 어느 지방이 사라진다면 나라가 온전할 리도 없다. 그만큼 절박한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와 함께 주민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현실적 목소리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동구 주민, 아니 울산 시민들의 절대적인 도움이 꼭 필요하다.
이수영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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