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애국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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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애국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 경상일보
  • 승인 2023.10.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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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연꽃을 닮았지만 물이 아닌 땅에서 자란다고 붙여진 이름 한련화는 투구 모양의 꽃과 방패 모양의 잎을 가졌기에 꽃말이 ‘애국심’이다.

3·1절도 아니고 8·15광복절도 한참 지난 10월에 웬 뜬금없는 애국심인가? 지난 9월23일부터 10월8일까지 우리국민은 모두 대한민국 대표로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의 투지에 함께 웃기도 함께 울기도하며 선수들의 가슴에 단 태극마크의 무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건 흡사 전쟁을 치르는 듯한 우리 선수들의 격양된 표정과 그들이 흘리는 땀이었다. 타국에서 게양되는 태극기와 울려퍼지는 애국가 그리고 그 자리에서 환호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은 어수선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큰 기쁨이요 자랑이었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태극마크, 그 무게를 이겨낸 우리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애국심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 정문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란 문구가 그 길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설치되어 있다. 처음 저 문구를 접한 순간 나도 모르게 뜨거워졌던 가슴…. 어느덧 장성한 아들이 군대 첫휴가를 나와 현대중공업 정문에 쓰여있는 글을 보며 엄마의 가슴을 뜨겁게 한 찌릿찌릿한 애국심이 무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하며 돌아섰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엄마의 그 얄팍한 애국심은 아들의 군대 제대와 함께 사그라들었다. 애국심이란 무엇일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인 애국심이 강요한다고 생길 수 있는 감정일까? 문득 어릴 적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펑펑 울었던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가 떠오른다. 편지내용은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손수 지어 보낸 한 벌의 수의와 함께 옥중의 아들에게 도착한 편지 한통. 언제 읽어도 단 몇 줄로 목이 메게 하는 이 편지는 바로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이다. 이 편지로 안중근 의사는 결국 항소를 하지 않고 의연히 죽기로 결심한다. 편지를 쓴 어머니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전쟁터 사지(死地)에 남편, 아들 보내기가 결코 쉬울 수 없고 더욱이 목숨보다 지키고 싶은 자식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던 어머니의 강단은 그 어떤 어머니도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강단 있는 여장부의 모습은 단지 아들 안중근에게만은 아니였다. 조마리아 여사는 3남 1녀의 자녀 모두를 독립운동가로 키웠고 자녀들 뿐만 아니라 그녀 역시 아들과 마찬가지로 죽기 직전까지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그리고 66세 나이로 프랑스라는 먼 이국땅에서 독립은 지켜보지 못하고 순국했다.

광복 78주년,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열린 2023년 가을를 보내며 개인주의, 이기주의 사회라고 하는 현대사회, 국민이 없는 나라도 있을 수 없지만 나라가 없는 국민 또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한다. 아직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누구도 예상못했던 이라크 전쟁 속 피난민들의 피폐해진 삶을 보며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있음이 고맙고 또 그 울타리가 모진 비바람에도 튼튼한 울타리이길 소망한다. 애국심이 먼저다 애민심이 먼저다 하는 이야기에 세계가 하나되는 ‘애세심’, 인류가 하나되는 ‘애인심’, 더 나아가 지구가 하나되는 ‘애지심’이라는 단어들이 만들어지는 건 결국 모든 인류가 원하는 건 안정과 평화라는 것을 말해준다.

역사는 거울이라 한다. 또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라하여 여전히 옳고 그름에 대한 찬반논쟁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우린 논쟁을 떠나 고전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를 얻고 앞으로의 일을 예견하고 대비하며 대처능력을 키워나가야겠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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